"음모론이라는 사회적 질병의 원인과 대책"…'팩트'보다 '공감'이 중요

생활/문화

뉴스1,

2025년 12월 17일, 오전 07:39

소중한 사람이 음모론에 빠졌습니다 (원더박스 제)

멀쩡하던 내 가족과 친구는 왜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믿게 됐을까. 이 책은 '음모론'을 단순한 정보 오류를 넘어 인간의 본능적 심리와 사회적 결핍이 빚어낸 복합적 산물로 정의한다.

저자 정재철은 내일신문 기자이자 미디어학 박사다. 그는 음모론에 빠지게 되는 심리적·사회적 기제를 분석하고 음모론이 사람들의 삶에 끼치는 다양한 폐해와 각국의 사례를 통해 음모론이 어떻게 사회적 폭력으로 이어지는지 보여준다. 이어서 시민 교육, 플랫폼 규제, 정책 개입 등을 통한 방안을 모색한다.

저자에 따르면, 인간은 불확실성을 견디지 못하는 존재다. 음모론은 불안한 세상 속에서 명쾌한 인과관계를 제공해 심리적 위안과 '깨어 있는 사람'이라는 만족감을 준다는 분석이다.

그는 음모론이 지능의 문제라는 편견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고학력자나 성공한 이들도 직관적인 판단에 의존할 때 언제든 음모론의 늪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2024년 12·3 비상계엄 사태는 유튜브발 음모론이 국가 최고 권력의 판단에 개입할 때 민주주의가 얼마나 쉽게 붕괴하는지 보여준 충격적 사례다. 미국 의사당 습격과 유럽의 극우 정치 부상 등 전 지구적 위기 역시 음모론이 유발한 사회적 폭력의 연장선에 있다.

이 책은 음모론에 빠진 이들을 구하기 위한 5가지 실천 전략을 제안한다. 정보 백신 역할을 하는 사전 예방 '프리벙킹', 논박 대신 질문으로 스스로를 점검하게 하는 '대화 기반 교정', 핀란드식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플랫폼 기업의 알고리즘 규제, 상대의 불안을 인정하는 '공감 기반 접근' 등이다.

핵심은 '팩트'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점이다. 사실과 논리로 상대를 몰아붙이면 오히려 신념이 강화되는 '역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조롱과 배제 대신 경청과 포용의 '공감'을 강조한다. 음모론의 저변에 깔린 정당한 분노와 소외감을 먼저 읽어내야 한다는 주장으로 독자들에게 다가간다.

△ 소중한 사람이 음모론에 빠졌습니다/ 정재철 글/ 원더박스/ 1만 7000원

acene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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