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재기 평론집 '시의 언덕에서 길을 찾다' 출간

생활/문화

뉴스1,

2025년 12월 17일, 오후 03:24

구재기 시인의 평론집 '시의 언덕에서 길을 찾다'가 출간됐다.

구재기 평론집 '시의 언덕에서 길을 찾다'는 한국 현대시의 깊은 결을 더듬어가며, 시 속에서 삶의 진실을 길어 올리는 비평의 모범을 보여주는 책이다. 저자는 오랜 시간 시인으로, 그리고 비평가로 활동하며 축적한 감각과 사유를 바탕으로, 동시·서정시·서사시 전반을 종횡하며 작품 속에 숨은 세계관, 존재의 구조, 인간의 정서를 날카롭고도 따뜻한 시선으로 해석해낸다.

이 평론집의 가장 큰 특징은 '짙은 사랑의 감각'이다. 첫 장을 열면 나태주의 '외할머니'를 분석하며 ‘결 고운 사랑이 말하는 것’을 찾아 나선다. 버려진 것, 잊힌 것, 소박한 사물과 일상의 언어 속에서 피어나는 온기의 결을 포착하며, 동시라는 장르가 지닌 생명력과 순수성을 설득력 있게 풀어낸다. 이는 시를 향한 저자의 근원적 신념 “시는 마음의 뿌리에서 돋아나는 고운 싹”과 맞닿아 있다.

2부와 3부에서는 존재와 선험, 그리고 삶의 진성(眞性)을 탐구한다. 이은자, 김재천, 정명순, 정덕채 등의 작품을 비평하며, 저자는 시가 현실을 그대로 재현하는 언어가 아니라, 현실 너머의 의미를 포착하여 독자가 “생각의 문턱을 넘어가도록” 이끄는 통로임을 강조한다. 특히 이은자의 '인간의 사막'을 분석하며 제시하는 “홀로 있기와 존재하기의 차이”, 그리고 “습관→영감→이성”으로 이어지는 시적 형성 과정은 문학비평적 깊이를 보여주는 대표적 대목이다.

또한 이 책은 단순히 작품 해설을 넘어, 문학이 시대와 인간에게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가라는 근본적 물음을 품고 있다. 진명희의 '여정'에서 ‘시가 가지는 역사성’을, 유금숙의 '해변의 식사'에서 ‘포말(泡沫)의 시학’을, 최명규의 '빈 새장의 문을 열어놓다'에서는 ‘빈자리의 의미’를 꺼내며, 시가 존재의 비어 있음과 채워짐, 상실과 회복, 침묵과 발화 사이에서 길어 올리는 의미의 구조를 섬세하게 분석한다.

구재기 시인은충남 서천에서 태어나 1978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모시올 사이로 바람이' '농업시편' '휘어진 가지' '목마르다' '물소리를 찾다' '솔숲, 정자 하나' 등 20여 권이 있고, 시선집 '구름은 무게를 버리며 간다', 수필집 '들꽃과 잡초 사이, 사람이 산다', 평론집 '절정(絶頂), 그 광야(曠野)의 외침' '시향(詩鄕)의 존재(存在)와 그 의미' 등이 있다.충남도문화상, 시예술상본상, 대한민국향토문학상, 충남시협본상, 정훈문학상, 한남문인상, 신석초문학상, 한국문학상, 대한민국예술문회대상 등을 수상했고, 충남문인협회장, 충남시인협회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사)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kh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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