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듬은 시집 ‘명랑하라 팜 파탈’ ‘히스테리아’ 등을 비롯해 장편소설 ‘블러드 시스터즈’, 산문집 ‘디어 슬로베니아’ 등을 발표하며 시·소설·산문을 넘나드는 폭넓은 작품 세계를 구축해 온 작가다.
또한 전미번역상, 루시엔 스트릭 번역상, 김춘수시문학상, 샤롯데문학상, 이형기문학상 등 국내외 주요 문학상을 수상하며 주목받았다. 시인은 개인의 체험과 동시대의 현실을 바탕으로, 이야기처럼 읽히면서도 이미지와 감각이 살아 있는 시를 써 왔다.
표제작 ‘아무도 미워하지 않고 한 계절이 지나갔다’는 시집의 윤리적 중심을 가장 분명하게 드러내는 작품이다. ‘아무도 미워하지 않고’는 관용의 선언이 아니라 미움을 선택하지 않겠다는 결단에 가깝다. 시인은 상실과 붕괴를 통과하면서도 누구의 탓도 묻지 않으며, 연민과 사랑의 감정을 끝내 포기하지 않는다.
‘애프터눈 티’는 파국 이후 삶의 감정 온도를 섬세하게 포착한 작품이다. 가을 오후 네 시라는 경계의 시간 속에서 화자는 이별을 준비하듯 일상의 감각을 차분히 배열한다. 파국 이후에도 취향을 고르고 관계를 존중하는 인간의 존엄을 조용히 보여 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