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시대를 비추다'전 전시 전경 (새결화랑 제공)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새롭게 개관한 새내기 갤러리 '새결화랑'(대표 김시현)이 한국 근현대사의 굴곡진 삶과 정서를 인물화로 풀어낸 기획전 '얼굴, 시대를 비추다'으로 관람객들을 맞이한다.
22일부터 내년 1월 17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는 단순한 인물의 형상 재현을 넘어, 예술가들이 포착한 시대적 고뇌와 인간 실존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을 한자리에 모았다. 한국 근현대 인물화 작가 11인의 '시대를 읽을 수 있는'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자리다.
전시는 김인승, 이인성, 김원, 김환기, 이중섭, 최영림, 이준, 박래현, 권옥연, 천경자, 정형모 등 한국 근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11인의 인물화 작품 12점을 선보인다. 이들이 그린 개성 넘치는 인물 그림에는 작품이 제작된 시대의 다양한 정서가 고스란히 전달된다. 아울러 인간의 내면세계도 엿볼 수 있다.
'얼굴, 시대를 비추다'전 전시 전경 (새결화랑 제공)
전시의 중심에는 예술가들의 치열한 내면이 투영된 '자화상'이 있다. 특히 이중섭의 유작 '자화상'은 고단한 현실 속에서도 끝까지 잃지 않았던 예술적 자존감을 보여주며 관람객에게 묵직한 울림을 준다. 이준의 '자화상'은 격렬한 붓질로 그려낸 피에로의 모습을 통해 인간 실존의 고통을 정면으로 마주했다. 김환기의 인물 작품은 구상과 추상을 넘나들며 아련한 가족의 모습을 그렸다.
전시된 작품들은 저마다 다른 기법과 시선으로 한국적 미의식을 드러낸다. 김원의 '소녀(명순이)'가 일상의 따뜻하고 순수한 정서를 전한다면, 박래현의 '자매'는 담백하고 간결한 수묵 담채로 소녀들의 정감 어린 연대감을 담아낸다. 최영림의 '만개'는 토속적 신앙과 원초적 생명력을 결합해 민족적 전통미의 정수를 보여준다.
여성을 바라보는 시각도 다채롭다. 권옥연의 '여인'은 특유의 회색조 깊이를 통해 현대적 여성의 내면을 포착했다. 천경자의 '미인도'는 신화와 현실을 오가는 상징적 자아를 투영한다. 정형모의 '박정희 대통령' 소묘는 날카로운 연필 선만으로 한 시대의 상징적 인물을 기록하며 역사적 현장감을 더한다.
이중섭, 자화상, 1955, 종이에 연필, 48.5x31 (새결화랑 제공)
전시된 얼굴들은 관람객에게 우리가 지나온 시대와 그 속의 인간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거울 역할을 한다. 슬픔과 현실 인식이 응축된 표정부터 생명력 넘치는 형상까지, 화폭에 담긴 인물들은 한국 근현대사가 품은 정서적 풍경을 오롯이 증언한다.
전시를 기획한 김윤섭 미술평론가는 "이번 '현대미술가 11인 인물화전'은 새결화랑의 정체성과 비전이 담긴 전시다"라며 "작가 이름의 유명세에 앞서 한국 현대미술사에 의미 있는 작품들에 주목해 온 작품 소장가의 의지와 도움으로 성사됐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한국 미술사를 수놓은 거장들의 시선을 통해 인간에 대한 예술적 성찰을 공유하는 소중한 기회다. 시대를 비추는 수많은 얼굴이 들려주는 스토리텔링에 귀를 기울여 볼 시간을 선사한다.
acenes@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