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릴 게르스타인(c)Marco Borggreve(마스트미디어 제공)
"음악과 피아노는 제게 실험실이자 거울 같은 존재예요. 매일 저를 제 한계와 오래된 습관 앞에 세우죠. 그래서 피아노는 제 삶을 비추는 프리즘과도 같습니다."
러시아 출신 피아니스트 키릴 게르스타인(46)은 올해로 피아노와 함께한 시간이 40년을 훌쩍 넘었다. 그는 "집 안에 늘 음악이 있었고, 피아노는 아주 어릴 때부터 어머니와 함께하는 놀이에 가까웠다"고 회상했다.
키릴 게르스타인은 23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리사이틀을 갖는다. 한국에서는 그간 두 차례 협연 무대를 가진 바 있지만, 단독 연주회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무대에서 그는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작곡가 프란츠 리스트(1811~1886)와 요하네스 브람스(1833~1897)의 작품을 선보인다.
1부에서는 리스트의 '세 개의 페트라르카의 소네트'와 '단테를 읽고: 소나타 풍의 환상곡'을 연주한다. 2부에서는 브람스의 '스케르초 내림마단조'와 '피아노 소나타 제3번'을 들려준다.
키릴 게르스타인은 내한 연주회를 앞두고 최근 뉴스1과 서면 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이번 프로그램 구성에 대해 "낭만주의적 상상력의 두 가지 유형을 나란히 배치했다"며 "리스트가 표제음악과 문학적 연상을 대표한다면, 브람스는 절대음악의 이상을 구현한 작곡가"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19세기 후반을 관통했던 중요한 논쟁이었고, 리스트·바그너 진영과 브람스의 대립으로 자주 표현되곤 했다"며 "저는 다만 관객들이 이것을 단순한 대비가 아니라 하나의 통합된 경험으로 받아들이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키릴 게르스타인(c)Marco Borggreve(마스트미디어 제공)
'세계에서 제일 바쁜 피아니스트' 1위
게르스타인은 어린 시절 클래식과 재즈를 병행하며 음악적 토대를 쌓았다. 14세에 미국 버클리 음악대학에 입학해 두 장르를 동시에 공부했고, 이후 뉴욕 맨해튼 음악학교에서 클래식에 전념했다. 이러한 이력 덕분에 그는 재즈적 자유로움과 클래식의 정교함을 자연스럽게 아우르는 연주자로 평가받는다.
두 장르를 넘나든 경험이 연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재즈는 아주 이른 시기부터 음악이 단순히 종이에 찍힌 검은 음표 이상의 것이라는 사실을 가르쳐 줬다"며 "즉흥 연주는 음악을 단순히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지금 이 순간에 일어나는 사건으로 느끼게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이러한 흐름의 감각이 제가 클래식 레퍼토리를 연주하는 방식에도 직접적으로 스며들기를 바란다"고 했다.
키릴 게르스타인은 클래식 전문 사이트 바흐트랙이 선정한 2023년 '세계에서 제일 바쁜 피아니스트'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에 대해 그는 "제 음악적 호기심과 관심을 따라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 결과"라며 "저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은 호기심, 관심, 그리고 음악에 대한 사랑"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어떤 피아노가 되고 싶은지 묻자 "늘 깨어 있는 상태로 남아 있고 싶고, 어떤 확신에 안주하지 않으려 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마일스 데이비스의 말처럼, 저는 '나 자신이 되어가는 것'을 바란다"며 "그것은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리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jsy@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