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 모델 김우빈(사진=HD현대)
최근 기업광고 현장에서 B2B(기업 간 거래) 광고 전략의 변화가 뚜렷하게 감지되고 있다. 기술이 고도화되고 산업 구조가 복잡해지면서 기업이 어떤 역할을 수행하고 왜 중요한 존재인지를 설명하는 일이 광고의 핵심 과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과거 B2B 기업들의 광고가 거래처와 업계 관계자만을 대상으로 한 정보 전달에 가까웠다면 이제는 투자자, 소비자, 글로벌 파트너까지 커뮤니케이션 대상이다. 이에 기업들은 기술과 숫자 중심의 광고에서 벗어나, 대중에게 친숙한 연예계 스타를 앞세워 산업의 의미와 맥락을 전달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조정하고 있다.
SK텔레콤 모델 양세형, 김성균(사진=SK텔레콤)
HD현대 관계자는 “조선업은 한국을 대표하는 산업이지만 일상에서 체감하기 어려운 영역”이라며 “산업 자체를 보다 친숙하게 이해시키는 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SK텔레콤 역시 “AI 데이터센터는 중요하지만 여전히 낯선 분야”라며 “시설을 설명하기보다, 왜 시설이 필요한지를 맥락 속에서 전달하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부연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B2B 기업이 소비자가 직접 구매하는 상품을 만드는 기업은 아니지만 사실 의사 결정을 하는 사람들은 다 개인, 시청자들이다. 그렇기에 시청자에게 어떻게 기업 이미지를 새기느냐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스타의 역할도 달라지고 있다. 스타는 더 이상 기업 이미지를 홍보하는 상징에 그치지 않고, 복잡한 산업과 기술을 대중의 언어로 풀어내는 해설자이자 매개자 역할을 한다. 친숙한 얼굴을 통해 진입 장벽을 낮추고, 콘텐츠를 끝까지 소비하도록 이끄는 역할이다.
이 교수는 기업이 스타를 모델로 씀으로써 얻는 효과만큼이나 배우들 역시 기업을 통해 이미지 변신을 꾀할 수 있다고 짚었다. 그는 “스타들 역시 기업 광고에 출연하면서 기업이 가진 스마트하고 혁신적인, 또는 유머 감각이 있는 이미지로 자신을 이미지 메이킹 할 수 있다”며 “예를 들면 김우빈이 출연한 ‘진짜 멋진 남자’ 시리즈는 아주 큰 배에 탄 김우빈이 바다를 항해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이는 곧 한국의 조선업이 세계로 뻗어나간다는 메시지로 조선업 가진 묵직하고도 강인한 이미지가 배우에게도 심어진다”고 말했다.
광고에 참여한 스타와 소속사들도 이런 변화에 공감하고 있다. SK텔레콤 광고에 참여한 김성균 소속사 관계자는 “AI 데이터센터처럼 낯선 분야일수록 기술을 설명하기보다 감정과 스토리를 통해 대중의 이해를 돕는 방식이 신선하게 다가왔다”며 “광고 모델이 단순한 홍보를 넘어, 복잡한 산업을 쉽게 풀어내는 역할까지 맡을 수 있다는 점을 체감한 계기였다”고 덧붙였다.
광고업계는 이를 일시적 유행이 아닌 구조적 전환으로 보고 있다. 광고업계 관계자는 “B2B 기업도 이제는 기술 경쟁력뿐 아니라 브랜드 이미지로 선택받아야 하는 단계에 들어섰다”며 “스타 마케팅은 복잡한 산업·기술 이야기를 직관적으로 전달하고, 기업의 스케일과 신뢰도를 빠르게 각인시키는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특히 디지털·유튜브 환경에서는 광고가 조회수와 화제성을 통해 ‘보는 콘텐츠’를 넘어 ‘공유하는 콘텐츠’로 확장되는 효과가 크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