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 업무보고에서 이슈가 된 규제 완화와 관련해선 “체질 전환을 위해 규제를 완화해달라는 게 아니라 대내외 환경 변화에 맞춰 조직, 사업은 물론 제도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제도 변화에 앞서 스스로 운영 방식과 사업 방향을 바꾸고, 그 결과로 평가를 받겠다는 포석이다.
최철규 강원랜드 대표이사 직무대행이 정기 주주총회에서 K-HIT 프로젝트에 대해 프리젠테이션을 하고 있다.(사진=강원랜드)
“대통령께서 ‘규제 완화를 안 하면 사업성이 없는 것이냐’고 물었고, ‘지금 방식으로는 지속가능성 확보가 쉽지 않다’는 답을 드렸습니다.”
최철규(사진) 강원랜드 대표이사 직무대행은 최근 정부 업무보고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정책 판단에 앞서 무엇을 바꾸려는지 더 분명히 설명하라는 주문으로 이해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 대행은 이어 “내국인 중심 카지노 운영에서 벗어나 내·외국인을 모두 아우르는 체류형 관광 거점시설이 목표이자 지향점”이라고 강조했다.
강원랜드는 그동안 ‘국내 유일 내국인 출입 카지노’라는 특수성으로 늘 논쟁의 중심에 서 있었다. 최 대행은 “카지노는 분명 도박 산업이라는 한계를 안고 있다”며 “문제는 카지노 자체이기 보다는 전체 이용객 중 지나치게 높은 내국인 비중”이라고 강조했다.
K-HIT는 이러한 문제 인식에서 출발한 프로젝트라고 최 대행은 소개했다. 강원랜드가 더 이상 ‘머물지 않는 공간’으로 남아서는 결코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는 위기 의식과 판단에서 시작된 프로젝트라는 것이다. 최 대행은 “지금까지 강원랜드는 방문과 소비가 빠르게 끝나는 구조였다”며 “이 흐름을 바꾸지 않으면 어떤 투자도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공연과 쇼 콘텐츠를 중심으로 한 미디어 기반 시설, 신규 숙박시설, 웰니스와 레저 콘텐츠를 단계적으로 확충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체류 시간을 늘리는 동시에 소비가 자연스럽게 카지노 밖으로 이동하는 환경을 만드는 게 목표다. 최 대행은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소비는 분산되고, 산업의 성격도 달라진다”며 “이 흐름이 만들어져야 지속가능성을 이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원랜드는 지금까지 지역의 중요한 관광 거점시설로 역할을 해왔다. 정선과 태백, 영월, 삼척 등 폐광지역을 잇는 관광 동선의 중심에 위치해 숙박과 교통, 문화시설을 함께 갖춘 공간으로 기능해 왔지만, 일각에선 시설이 지닌 잠재력을 충분히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냉혹한 평가도 뒤따랐다.
최 대행은 “강원랜드를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한 기업의 성장을 넘어, 강원도 관광 전반의 흐름을 바꾸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동안 카지노 이미지가 너무 강해 강원랜드가 가진 관광 인프라의 가치가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며 “K-HIT가 이러한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공연과 전시, 웰니스, 레저 콘텐츠 확대로 늘어난 체류형 관광 수요는 지역 상권을 활성화하고 일자리를 늘리는 효과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최 대행은 “강원랜드가 머무는 관광의 출발점이 된다면, 방문객의 동선은 한 곳에 머물지 않고 주변 지역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때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지금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K-HIT 프로젝트 조감도
카지노를 둘러싼 논쟁 역시 이런 맥락에서 다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내국인 카지노를 허용할 것인가의 문제를 넘어 한국 관광산업이 체류와 소비를 기반으로 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나아갈 수 있느냐는 질문에 가깝다는 것이다. 최 대행은 “카지노 논쟁이 반복돼 온 이유는 산업의 방향이 분명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관광과 체류, 지역경제로 이어지는 흐름이 만들어진다면 논의의 기준도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규제 논쟁에 대해서도 선을 분명히 했다. “규제를 무조건 풀어달라는 요구는 아니다”라며 “외국인 방문 확대, 비카지노 매출 증가, 내국인 보호가 함께 작동하지 않으면 어떤 제도 변화도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고 말했다. 중요한 것은 규제의 강약이 아니라 관리의 방식이라는 설명이다.
해외 복합리조트 사례를 언급할 때도 최 대행의 초점은 관리에 맞춰졌다. 그는 “미국이나 싱가포르, 일본은 카지노를 단독 산업으로 보지 않는다”며 “외국인 관광을 구성하는 요소로 활용하되, 출입 제한과 중독 예방은 훨씬 엄격하게 운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방임이 아니라 세밀한 관리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매출 구성의 변화는 K-HIT의 성과를 가늠하는 중요한 기준이다. 최 대행은 “해외 주요 복합리조트는 전체 매출의 60% 이상이 비카지노 부문에서 나온다”며 “강원랜드는 아직 10% 안팎에 머물러 있다”고 말했다. 그는 “K-HIT는 이 비중을 단계적으로 끌어올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공연과 호텔, 컨벤션, 웰니스가 중심이 되는 흐름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장기적인 미래를 논하기 어렵다”고 했다.
최 대행은 K-HIT의 성패를 정부의 정책 판단과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라는 두 축에서 바라봤다. 그는 “정책은 숫자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며 “사회가 이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체류형 관광이 사회적 부작용을 줄이는 데 어떤 역할을 하는지, 지역경제에 어떤 효과를 내는지를 데이터로 설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 대행은 마지막으로 “강원랜드가 앞으로 어떤 공간으로 받아들여질지는 운영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날 것”이라며 “K-HIT는 그 변화가 가능한지, 말이 아니라 숫자와 결과로 보여주겠다”고 약속했다.
최철규 강원랜드 대표이사 직무대행(왼쪽 앞줄 7번째)이 K-HIT 프로젝트 비전 발표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강원랜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