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대표 못 뽑나, 안 뽑나…표류하는 국립예술단체들

생활/문화

이데일리,

2025년 12월 29일, 오전 07:21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산하 공연예술 기관·단체들이 선장 없이 표류하고 있다.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 반 이상 기관장 공석 상태가 이어지며 각 기관·단체들이 운영에 애를 먹고 있다.

◇“문체부, 기초예술 분야에 무관심” 볼멘소리

(디자인=이미나 기자)
28일 공연계에 따르면 기관장 공석인 국립예술단체는 △예술의전당(예당)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국심) △서울예술단 △국립국악원 등이다. 국립정동극장은 지난달 1일 정성숙 대표의 임기가 끝났으나, “후임 기관장이 올 때까지 근무해달라”는 문체부 요청에 정 대표가 직을 유지하고 있다.

이들 단체 중 개방형 직위인 국립국악원장만 현재 인사혁신처에서 채용 절차를 진행 중이다. 문체부 장관이 기관장을 임명하는 예술의전당, 국립심포니, 서울예술단은 문체부의 결정만 기다리고 있다. 문체부 관계자는 기관장 임명이 늦어지는 이유에 대해 “검토 중”이라고만 답했다.

서울예술단은 이유리 전 단장(예술감독) 퇴임 후 1년 6개월 가량 류상록 사무국장의 직무대리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내년 창단 40주년을 맞이하기에 장기화하는 ‘단장 공백 사태’에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서울예술단 관계자는 “창작 방향성 등을 잡아줄 예술감독이 없다보니 공연 제작에 있어 일관성이 떨어지는 등 애로사항이 많다”고 털어놨다.

문화강국을 표방하는 문체부가 공연예술 기관·단체들의 임명에 속도를 내지 않는 상황을 두고 문화예술계는 어리둥절하고 있다. 예술계 관계자는 “기초예술 분야에 관심이 없는 것 같다”며 답답해했다.

내년에도 상당수 국립예술단체들의 기관장 임기가 끝난다. 최상호 국립오페라단장, 강수진 국립발레단장, 김성용 국립현대무용단, 박인건 국립극장장, 유은선 국립창극단장, 김종덕 국립무용단장 등의 임기가 내년 상반기 중 만료될 예정이다.

문체부 산하 기타공공기관인 한국문화예술위원회(아르코)도 내년 1월 7일 정병국 위원장을 포함해 8명 위원의 임기가 동시에 종료된다. 아르코는 문예기금 집행, 통합문화이용권(문화누리카드) 사업 등을 담당하는 문화예술 분야 핵심 기관이다.

아르코는 공모를 통해 위원을 선출한 뒤, 위원들의 호선을 통해 위원장을 위촉한다. 예년 같았으면 늦어도 10월 말에는 문체부가 위원 공모를 위한 공고를 내야 하지만, 12월 말까지도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 아르코 관계자는 “아르코 위원은 공모와 심사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공모 이후에도 2~3개월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며 “올해처럼 위원들의 임기 종료가 다가오는데도 문체부에서 아무 움직임이 없는 것은 처음이라 당황스럽다”고 전했다.

◇李 측근 나눠먹기 우려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나주 본관 전경. (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일각에선 ‘측근 인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문체부가 지난 22일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신임 원장과 이사장으로 임진택 연출, 강헌 대중음악평론가를 각각 임명하면서다. 두 사람은 이재명 대통령의 경기도지사 시절 경기아트센터 이사장(2021~2023), 경기문화재단 대표(2018~2022)를 각각 역임했다.

이 대통령 측근으로 분류되는 이우종 전 경기아트센터 사장(2020~2022)은 예술의전당 신임 사장으로 하마평에 올랐으나, 현재는 한국관광공사 사장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재명 평전’을 쓴 방현석 중앙대 문예창작전공 교수, 지난 대선 기간 이 대통령 캠프에서 활동한 김도일 동국대 문화예술대학원 객원교수 등은 아르코 차기 위원장으로 거론된다.

문화예술계 관계자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원장과 이사장 임명은 문체부가 국립예술단체 기관장도을 어떤 기준으로 임명할지 보여준다”며 “자율성과 독립성이 중요한 문화예술 기관들도 ‘측근 인사’로 자리 나눠먹기가 되는 것 아닌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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