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가의 메뉴판 (교보문고 제공)
미식 문화의 변천사를 '메뉴판'이라는 독특한 기록물을 통해 추적하는 책이 출간됐다. 음식 이면에 숨겨진 권력과 유행, 사회적 변화를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요리 프로그램과 맛집 웨이팅이 일상이 된 오늘날, 미식은 단순한 생존을 넘어 개인의 취향을 드러내는 핵심 문화로 자리 잡았다. 이 책은 메뉴판을 단순한 음식 목록이 아닌, 시대의 입맛과 디자인 미학이 응축된 역사적 유물로 바라본다.
18세기 후반 프랑스 혁명 이후 귀족 요리사들이 거리로 나오며 시작된 '현대적 레스토랑'의 탄생과 함께, 스스로 음식을 선택하게 된 인류가 어떻게 메뉴판을 발전시켜 왔는지 상세히 담았다. 루이 15세의 화려한 만찬부터 예술가들의 삽화가 담긴 메뉴판, 어린이를 소비 주체로 인식한 '해피밀'의 시초까지 다채로운 사례가 제시된다.
저자는 총 6장에 걸쳐 메뉴판의 다양한 테마를 탐구한다. 인쇄술과 예술이 결합된 시각적 즐거움, 수집 가치를 지닌 '굿즈'로서의 매력, 세계 박람회를 통해 국가 정체성을 담아낸 음식의 세계화 과정을 차례로 짚어낸다. 특히 시대별 건강 기준의 변화를 보여주는 식단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수수께끼 메뉴판 등은 메뉴판이 단순한 정보를 넘어 하나의 오락 장치이자 사회적 거울임을 증명한다.
미슐랭 스타 셰프 손종원은 이 책을 "시대와 문화적 배경을 모아놓은 박물관"이라 평했다. 이 책은 우리가 무엇을 먹어왔는지를 넘어, 그 선택을 통해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한다. 이 책을 통해 오늘 저녁 마주하는 흔한 메뉴판에서 역사의 한 페이지를 발견하는 새로운 시선을 얻을 수 있다.
△ 미식가의 메뉴판/ 나탈리 쿡 글/ 정영은 옮김/ 교보문고/ 2만 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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