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ngui, République centrafricaine, 25 juin 2025, Drawing with color pencil on wool felt , 45 x 35 cm, 17.7 x 13.8 in.(가나아트 남산 제공)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 있는 가나아트 남산은 내년 2월 1일까지 프랑스 출신 신진 작가 레아 벨루소비치의 한국 첫 개인전 서지(Surge)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의 신작들은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군중의 쏠림'(Surge) 현상에 주목한다.
브뤼셀에서 활동하며 유럽 미술계에서 주목받는 작가 레아 벨루소비치는 뉴스에 나오는 비극적인 사건들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다시 그려낸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가 즐겨 사용하는 부드러운 양모 펠트 위에 색연필로 그린 새로운 작품들을 보여준다.
작품 제목은 모두 도시 이름과 날짜로 되어 있다. 이는 실제로 일어났던 큰 재난이나 사고가 발생한 시간과 장소를 의미한다. 특히 이번 신작들은 축제나 종교 행사처럼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위험해지는 순간들에 집중했다.
하지만 작가는 끔찍한 현장을 그대로 보여주지 않는다. 대신 보도사진 속에서 가장 가슴 아픈 장면을 크게 확대한 뒤, 그 안에 담긴 색깔과 빛만을 뽑아내어 펠트 위에 색연필로 겹겹이 칠한다.
Karbala, Iraq, 10 septembre 2019, 2025, Drawing with color pencil on wool felt, 28 x 21 cm .(가나아트 남산 제공)
이 과정을 거치면 자극적이었던 원래 사진의 형체는 사라진다. 부드러운 펠트 위에 색연필 선이 수없이 쌓이면서, 엉켜 있던 사람들의 몸은 소용돌이치는 연기나 뭉게구름처럼 변한다. 구체적인 사고 모습은 보이지 않고 추상적인 색깔의 안개만 남는 것이다. 이는 앤디 워홀이 비극적인 사건을 작품으로 만든 것과 비슷하지만, 따뜻한 펠트라는 재료를 써서 슬픔을 달래고 치유하려 했다는 점이 다르다.
작가가 선택한 펠트는 충격을 줄여주고 보호해주는 성질이 있어 상처받은 이들을 감싸주는 역할을 한다. 펠트 틈 사이로 색연필을 칠하는 반복적인 작업은 폭력적인 이미지를 부드럽게 바꾸고 고통을 덜어내는 과정이다. 관객은 잔인한 현실을 직접 마주하는 대신, 화면에 퍼진 색깔의 흐름을 보며 사건의 의미를 차분하게 되새길 수 있다.
벨루소비치의 작품은 비극의 구체적인 모습은 지워버렸지만, 오히려 색의 흐름을 통해 그날의 사건을 더 깊이 기억하게 만든다. 이번 전시는 우리가 타인의 고통을 단순히 구경거리로 소비하는 것은 아닌지 질문을 던지며, 마음을 가라앉히고 진실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한다.
acenes@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