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예술후원 트렌드, 선후배 '기부 선순환'에 팬덤 동참까지

생활/문화

이데일리,

2025년 12월 29일, 오후 02:48

[이데일리 손의연 기자] 올해 미래세대를 위한 예술가들의 기부가 잇따르며, 팬덤과 시민들도 자발적으로 동참하는 물결이 일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아르코)는 이같은 변화를 짚으며 2025년 문화예술계에 새로운 후원문화가 등장했다고 밝혔다.

무용수 최호종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수여하는 2025년 문화예술유공 ‘젊은 예술가상’ 수상 포상금 전액을 어린이·청소년의 기초예술 경험 확대를 위한 ‘예술나무 꿈밭펀딩’에 기부했다.

이어 국립현대무용단 역시 ‘제12회 이데일리 문화대상’에서 ‘내가 물에서 본 것’(안무 김보라)으로 무용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하고, 상금 전액을 예술나무에 기부하기로 했다.

국립현대무용단 관계자는 “훌륭한 작품으로 상을 받은 만큼, 지속적으로 좋은 작품이 탄생할 수 있도록 창작 환경의 토대를 다지는 일에 보탬이 되기를 희망한다”며 기부의 취지를 전했다.

음악분야에서도 선배 예술가들의 후원이 이어졌다. 피아니스트 손열음과 선우예권은 2024년, 2025년 ‘아르코 예술후원인의 밤’출연료 전액을 ‘예술나무 케이아츠펀드’에 기부했다. 이들은 역량 있는 후배 음악인들이 연주 기회를 얻고 나아가 국제 무대와의 교류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해달라는 당부도 함께 전했다.

‘예술나무 케이아츠펀드’에는 한국 현대미술의 거장들도 동참했다. 김윤신, 서승원, 이건용 작가와 박서보재단, 고(故) 윤형근 작가의 후원금은 시각예술 분야의 젊은 미술작가들을 위해 사용된다. 이들이 안정적인 환경에서 창작에 몰입하고, 나아가 활발한 해외 교류를 통해 국제적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다.

연극분야에서는 지난 5월 원로배우 신구와 박근형의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 기부 공연을 계기로 ‘예술나무 연극내일기금’이 조성됐다. 후배 연극인의 안정적 현장 진입과 성장을 돕고자 하는 두 배우의 뜻을 담아, 신진·청년 연극인을 대상으로 한 현장형 재교육 프로그램인 ‘연극내일 프로젝트’도 운영 중이다.

예술가의 기부는 팬과 애호가 층으로 확산됐다. 무용수 최호종은 “제가 받은 격려를 예술계 그리고 관객들과 나누는 것은 창작자로서 당연한 책임이라고 생각한다”며 “이 순간에도 땀 흘리고 있을 많은 무용수의 움직임이 멈추지 않게 하기 위한 작은 동참”이라고 밝혔다. 이에 공감한 팬들의 자발적 후원이 잇따르며, 후원의 규모도 지속 확대되고 있다.

피아니스트 손열음과 선우예권의 기부에 공감한 애호가 층 역시 정기 후원 프로그램인 ‘아르코 아츠 소사이어티’가입을 통해 지속적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전에도 크로스오버 그룹 리베란테와 소속멤버 김지훈, 가수 헨리, 그룹 라이즈의 쇼타로 팬클럽 등 대중예술가와 팬덤이 기초예술계에 기부한 사례가 있었다. 올해는 기초예술계의 예술가와 그 팬덤이 새로운 후원 주체로 등장했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정병국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은 “기초예술현장의 주역들이 자신이 몸담고 있는 예술계를 위해 기부에 나선다는 점에서 더욱 뜻깊다”며 “이러한 환원이 팬과 애호가의 참여로 이어지고 모아진 후원이 다시 후배 세대를 지원하는 선순환 구조로 자리 잡을 때, 우리 예술이 더욱 지속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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