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방한 관광객 2036만명 예상…야놀자리서치 "가심비 콘텐츠 필요"

생활/문화

이데일리,

2025년 12월 29일, 오후 03:00

‘2026 인·아웃바운드 수요 예측과 관광 전략’ 기자간담회
[이데일리 김명상 기자] 다가오는 2026년, 방한 외래 관광객 수가 2000만 명을 돌파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우리 국민의 해외여행 수요 역시 함께 증가하면서, 인바운드와 아웃바운드 간 격차는 약 1000만 명 규모로 지속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내년 2000만 돌파 예상…중국이 변수

국내 데이터 기반 여행·관광 산업 연구기관인 야놀자리서치는 29일 서울 대치동 MDM센터에서 ‘2026 인·아웃바운드 수요 예측과 관광 전략’ 기자간담회를 열고, 자체 딥러닝 수요 예측 모델을 활용한 2026년 관광 수요 전망과 대응 전략을 발표했다.

해당 분석 결과, 2026년 방한 외래 관광객 수는 전년 대비 8.7% 증가한 2036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국가별로는 중국이 615만 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일본 384만 명, 미국 166만 명 순으로 집계됐다. 특히 미국 시장은 강달러 영향에 힘입어 팬데믹 이전 대비 60% 이상 성장할 것으로 분석됐다.

중국 시장은 향후 방한 관광 수요를 좌우할 핵심 변수로 지목됐다. 중·일 갈등이 추가로 심화될 경우, 중국 관광객의 한국 유입이 늘어나는 반사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홍석원 수석연구원은 “과거 사드 사태 당시 중국인 관광 수요의 약 10~13%가 일본으로 이동하는 대체 효과가 확인됐다”며 “최근 심화되고 있는 중·일 갈등이 이른바 ‘풍선 효과’로 이어질 경우, 중국인 관광객의 한국 유입이 확대돼 최대 700만 명까지 증가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야놀자리서치는 내년 방한객 수를 업계의 전망보다 다소 낮은 최대 2100만 명 수준으로 내다봤다. 이는 중국 시장의 변화 때문이다. 중국인 단체관광객 무비자 입국 조치에도 불구하고, 실제 방한 수요 증가는 당초 기대보다 완만한데, 이는 중국 내 소비 여력 약화와 부동산 경기 침체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장수청 야놀자리서치 원장은 “현재 중국의 GDP 지표와 부동산 시장 동향을 고려할 때, 중국 관광 시장의 급격한 상승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중국은 여전히 한국 관광의 최대 시장이지만, 과거와 비교하면 체력이 약화된 점을 감안해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여행 증가로 인·아웃바운드 격차 고착화

‘2026 인·아웃바운드 수요 예측과 관광 전략’ 기자간담회 현장
반면 2026년 한국인의 해외여행 수요는 올해 대비 2.6% 증가한 3023만 명으로 전망됐다. 인바운드 관광객이 늘어나더라도 아웃바운드 수요 역시 확대되면서, 양자 간 격차는 약 1000만 명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중국은 비자 면제 효과로 24.2%의 높은 성장률이 예상되며, 태국은 안전 우려와 환율 부담으로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서대철 선임연구원은 “여행의 기준이 단순한 ‘가격’ 중심에서 ‘안전과 가치’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2026년은 여행 소비 구조가 본격적으로 재편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인바운드와 아웃바운드 간 격차가 단순한 ‘규모’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문제’로 고착화되고 있다는 점도 주요 과제로 지적됐다. 양측의 수요 차이가 이미 1000만 명에 육박하고 있어, 관광수지 적자 역시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특히 2030세대를 중심으로 해외여행 선호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이는 장기적으로 국내 관광산업 성장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야놀자리서치 분석에 따르면, 내국인 여행객은 해외여행을 ‘새로운 경험’과 ‘배움’을 위한 미래 투자로 인식하는 반면, 국내여행은 숙박비와 유류비 등을 고려하는 ‘기능적 소비’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국내여행 의향 자체는 높게 나타났으나, 해외여행 수준의 비용을 지불하겠다는 응답은 18%에 그쳤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는 비용이 다소 높더라도 선택받을 수 있는 ‘가심비’ 중심의 콘텐츠 개발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구체적으로는 지역의 생활과 맥락을 체험으로 풀어내는 ‘로컬 스토리텔링’, 미식·역사·웰니스 등 심층적 경험을 제공하는 ‘프리미엄 테마 여행’, 그리고 신규 투자가 아닌 기존 공간을 의미 있게 재생하는 ‘유휴 공간 업사이클링’ 등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장 원장은 “관광은 본질적으로 ‘설렘과 체험의 산업’이어야 한다”며 “국내 여행 상품 역시 ‘나만의 이야기를 경험할 수 있는 여행’으로 설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상품 기획 단계부터 여행자의 시선에서 접근하는 ‘경험 설계(Experience Plan)’ 개념을 도입한다면, 국내 여행은 해외여행의 대체재가 아니라 가장 먼저 선택받는 목적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수도권 쏠림 해소를 위한 초광역 관광 전략

국내 여행객의 해외여행과 국내여행을 선호하는 이유 (사진=야놀자리서치)
지역 관광 수요 분산 전략 역시 주요 과제로 논의됐다. 최규완 경희대 교수는 외래 관광객의 수도권 집중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허브 앤 스포크(Hub & Spoke)’형 초광역 관광권 구축을 제안했다. 이는 서울-춘천, 부산-경주처럼 핵심 허브 도시를 중심으로 인접 지역이 각자의 자원을 보완하며 연계되는 구조를 의미한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의 수도권 쏠림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광역 단위의 연결성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주요 과제로는 △김해·무안 등 지방 거점 공항의 외항사 유치 △허브 공항과 인근 관광지 간 라스트 마일 모빌리티 구축 △광역 통합 브랜딩 전략 수립 등이 제시했다.

최 교수는 “서울, 부산, 강원, 전라 등 주요 권역을 중심으로 관문 공항과 도심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교통 접근성과 연계성을 높여야 한다”며 “외국인 관광객이 서울을 거치지 않고도 지방으로 직접 유입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지방 소멸을 막는 가장 확실한 관광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야놀자리서치는 앞으로 매년 연말 관광 수요 예측을 정례적으로 발표하고, 데이터 기반 정책 제언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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