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데헌 성공했지만 K-콘텐츠 투자는 허덕…투자 구조 바꿔야"

생활/문화

뉴스1,

2025년 12월 30일, 오전 05:50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케이팝 데몬 헌터스 음반이 전시돼 있다. © News1 장수영 기자

올 한해 전 세계를 뒤흔든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를 중심으로 K-콘텐츠에 대한 글로벌 소구가 크게 높아졌지만, 국내 콘텐츠 투자자들은 K-콘텐츠 인기에 따른 경제적 파급 효과를 제대로 누리지 못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내 콘텐츠 투자의 경우 흥행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지는 '프로젝트 투자' 방식이 일반적이기 때문인데, 콘텐츠 투자자 입장에서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지식재산권(IP) 투자' 등으로 다각화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30일 스타트업얼라이언스는 'K-콘텐츠 투자 구조의 한계와 IP 기반 투자의 가능성' 보고서를 통해 국내 콘텐츠 산업이 대부분 프로젝트 투자 구조로 집중돼 있다고 지적했다.

프로젝트 투자란 영화, 드라마, 공연 등 작품 자체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단일 작품의 제작비를 충당하는 방식으로 투자금이 집행되기 때문에 흥행 결과에 따라 수익률은 천차만별이다.

실제 국내 콘텐츠 투자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모태펀드 문화계정'의 경우 프로젝트 투자 비중이 81.7%로 압도적인 쏠림 현상을 보이고 있다.

모태펀드 문화계정은 중소·벤처기업 또는 프로젝트에 펀드의 60% 이상을 투자하도록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기업보다 작품에 투자하는 프로젝트 투자에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프로젝트, 즉 작품의 흥행 여부에 따라 투자 회수와 수익률이 크게 엇갈리다보니 전체적인 콘텐츠 투자 수익률도 부진하고 이는 전체 투자 위축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낳는다.

일례로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업종별 투자 실적을 살펴보면 '영상·공연·음반' 부문은 3995억 원의 투자가 이뤄지며 9개 업종 중 8위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58.8% 증가한 투자 규모이긴 하지만 활발한 투자가 이뤄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양지훈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K-콘텐츠가 전 세계 주요 시장에서 성과를 축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콘텐츠 산업은 여전히 투자 관점에서 핵심 산업으로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개별 작품의 흥행 가능성이나 창작 역량의 문제가 아니라 콘텐츠 투자가 작동해 온 구조 자체에서 비롯된 문제에 가깝다"며 "결과적으로 고위험-고수익 산업이라는 인식이 고착돼 안정적인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반복돼 왔다"고 분석했다.

프로젝트 투자가 주를 이루다 보니 콘텐츠 산업에 속한 다수의 기업이 소규모 기업이다. 2023년 기준 연 매출 10억 원 미만 기업 비중은 88.6%로 대부분 영세한 운영 규모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양 부위원은 투자자 관점에서 콘텐츠 투자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흥행 IP로 매출을 창출하는 소비재 또는 서비스 기업에 투자하는 것을 제안했다.

이는 흥행 여부에 따라 결정되는 콘텐츠 투자의 위험도를 낮추는 방식으로, 콘텐츠로 인해 만들어지는 부가적인 시장에 대한 투자를 의미한다.

이와 함께 콘텐츠와 관련이 있는 산업을 투자 주체로 끌어들이는 방법을 제시했다. 완성된 콘텐츠와 연계해 활용할 수 있는 산업을 투자자로 확보해 향후 우선 선택권 등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양 부위원은 "이는 제작 단계에서부터 안정적인 재원 구조를 확보하면서 창작의 자율성을 침해받지 않는다는 점에서 기존 PPL 방식과 명확히 구분된다"고 설명했다.

leej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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