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niel Lergon, Untitled, 2025, retroreflective pigment and cadmium orange in acrylic on earth on canvas, 160 x 250 cm (갤러리 레이지 마이크 제공)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갤러리 '레이지 마이크'는 내년 1월 24일까지 다니엘 레르곤(Daniel Lergon)의 국내 첫 개인전 '아우프뢰숭'(Auflösung)을 개최한다. 지난 20여 년간 추상회화에 천착해 온 그의 작업 세계를 집중 조망하는 자리다.
독일 작가 레르곤은 회화의 근본 요소인 '빛'을 주된 연구 대상으로 삼는다. 그는 투명 래커, 금속성 안료, 그리고 주로 도로 표지판 등에 쓰이는 재귀 반사 원단(retro-reflective fabric) 등 빛을 반사하거나 흡수하는 특수 소재를 활용해 독창적인 회화 실험을 지속해 왔다.
그의 작업에서 작품은 고정된 결과물이 아닌, 관람자의 위치와 조명의 변화에 따라 끊임없이 반응하는 '움직이는 현상'으로 존재한다. 시점에 따라 달라지는 색조와 깊이는 관람객에게 매 순간 새로운 시각적 경험을 제공한다. 또한 이는 곧 평면의 캔버스를 움직이는 에너지의 장으로 확장된다.
다니엘 레르곤 (레이지 마이크 제공)
전시 타이틀인 '아우프뢰숭'(Auflösung)은 '해체' 혹은 '용해'를 뜻한다. 이는 형태와 색, 물질과 빛, 그리고 보는 행위와 보이는 대상 사이의 경계를 흐리며 기존의 지각 방식을 근본적으로 전환하겠다는 작가의 의도를 담고 있다.
다니엘 레르곤은 베를린 예술대학교를 졸업한 후 유럽 전역에서 40여 회의 개인전을 개최하며 국제 미술계에서 입지를 다져 왔다. 폰 데어 하이트 미술관, 베저부르크 현대미술관 등 주요 기관의 단체전에 참여하며 추상회화의 동시대적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번 전시에서는 재귀 반사 안료와 카드뮴 오렌지 아크릴 등을 결합한 대형 신작을 포함해 그가 축적해 온 물질 실험의 궤적을 확인할 수 있다. 빛이라는 비물질적 요소를 회화라는 물질적 틀 안에 가두지 않고, 오히려 그 경계를 허물어뜨리는 예술적 성찰을 마주할 수 있는 귀중한 기회다.
acenes@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