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쏟아지는 신간 200권의 파도…한 출판 기자의 '독서 연가'

생활/문화

뉴스1,

2025년 12월 30일, 오전 10:16

'책에서 시작한 불은 책으로 꺼야 한다'(생각의힘 제공)

매주 수백 권의 신간이 쏟아지는 출판 현장에서 책을 고르고, 읽고, 소개해 온 일간지 출판 담당 기자가 첫 에세이를 펴냈다. 이 책은 출판 기자로서 치열한 일상과 책을 통해 삶을 사유해 온 시간을 담은 독서 기록이자, 세상 모든 책을 향한 절절한 연가다.

저자는 매주 문화부 사무실 책상 위로 쌓이던 약 200권 안팎의 신간을 "성경 속 이스라엘 민족이 광야에서 받아먹었다는 하늘에서 떨어진 만나"에 비유한다. 신간으로 불룩해진 에코백 들고 퇴근길에 오르던 순간의 포만감도 잠시, 그는 곧 깊은 숙고의 시간에 들어가야 했다. 지면 두 개 면에 '금주의 책'으로 소개할 수 있는 작품은 많아야 서너 권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저자에 따르면 그는 "시의성과 깊이, 저자의 이름값과 출판 시장에서 가지는 의미 등을 두루 살펴 '결선'에 오를 책을 선별"했다. 이후 책을 주마간산으로 훑은 뒤 최종 선정작을 반복해 읽었다. 출판 기자로 일했던 3년 반의 시간에 대해 그는 "매일 같이 능력치의 바닥이 어디인지 확인하던 시절이었지만 독서가 곧 밥벌이가 된 희귀한 경험이 주는 만족감도 컸다"고 회고한다.

이 책은 총 34개의 꼭지에서 문학, 사회과학, 경제경영, 철학, 역사, 과학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폭넓은 독서 경험을 풀어낸다. 직장인으로서의 고민은 '그래봤자 일, 그래도 일' '동그라미 공동체를 향해서'에 담겼고, 언론인으로서의 경험은 '우리 없이 우리에 관하여 말하지 말라' 등에서 드러난다. 부모가 된 이후 비로소 이해하게 된 사랑의 형태는 '고양이가 되지 못해 미안해' '나를 키운 엄마의 밥상, 세상의 음식' 등을 통해 전해진다.

저자는 책의 말미에 독서의 불씨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펼치는 순간 불이 붙어 읽어나가는 동안 재가 되어버리는 책, 그런 작품을 만난다면 그다음 이어질 일은 뻔하다. 대형 산불이 나면 불로 불을 끄는 맞불의 방화선을 구축해야 하는 것처럼, 책에서 시작한 불은 책으로 꺼야 한다."

△ 책에서 시작한 불은 책으로 꺼야 한다/ 박지훈 글/ 생각의힘/ 1만 9800원

js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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