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 지친 그대 '선긋기'를 잘해라

생활/문화

이데일리,

2025년 12월 31일, 오전 05:10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2026년 병오년(丙午年)을 앞두고 사람들은 다시 한번 ‘어떻게 살아야 할까’를 묻는다. 속도는 빨라졌고, 선택지는 넘쳐나지만 정작 삶의 방향을 가늠하기는 더 어려워진 시대다. 새해를 맞아 계획표를 새로 쓰고 다짐을 되새기는 이들에게, 삶의 태도와 인간다움의 본질을 돌아보게 하는 두 권의 책이 나란히 출간됐다. ‘다시, 사람을 배웁니다’(웅진지식하우스)와 ‘원포인트업’(미래의창)이다.

두 책은 접근 방식은 다르지만 같은 지점을 향한다. 성과와 효율이 미덕이 된 시대에 우리는 무엇을 놓치고 있는가. 결국 중요한 건 ‘더 잘 사는 법’이 아니라 ‘제대로 사는 법’이라는 점을 일깨운다.

◇다시 배우는 삶의 방식

‘다시, 사람을 배웁니다’는 우리가 살아오며 수없이 맺고 끊어온 ‘관계’에 대해 다시 묻는 책이다. 저자 강원국은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시절 청와대 연설비서관으로 재직하며 8년간 대통령의 연설문을 집필한 글쓰기 전문가다. 그는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글을 쓰는 과정에서 인간의 삶이 결국 관계 속에서 형성되고 흔들리며 완성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전한다. 상처받지 않는 관계는 없지만, 중요한 것은 관계의 양이 아니라 상처를 딛고 다시 손을 내미는 마음의 힘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책은 불완전한 관계 속에서도 성장할 수 있는 태도를 차분히 되짚는다.

‘원포인트업’은 삶을 바꾸기 위해 거창한 결심이나 극적인 변화가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데서 출발한다. ‘원포인트업’은 하루 단 10분, 1%의 작은 변화를 꾸준히 쌓아 삶을 바꿔가는 방식을 말한다. 저자 가브리엘 트리너는 영국의 긍정심리학 코치이자 라이프 코치로, 그는 완벽해야 한다는 압박이 오히려 성장을 가로막는다고 말한다. 중요한 것은 성과가 아니라 과정이며, 작지만 지속 가능한 변화를 이어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가까울수록 필요한 ‘거리 감각’

두 책이 공통으로 말하는 것은 관계는 가까워질수록 배려보다 오히려 ‘경계의 기술’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다시, 사람을 배웁니다’는 인간관계를 ‘잘 맺는 기술’이 아니라 ‘견뎌내고 조율하는 태도’의 문제로 바라본다. 실제로 저자는 증권회사에 근무하던 시절, 어색하고 껄끄럽던 동료와 주식을 매개로 함께 일하며 신뢰를 쌓은 경험을 통해 ‘관계는 거리보다 경험으로 바뀐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는 “관계가 틀어질 때마다 무조건 참기보다 때로는 단호하게 선을 긋는 선택도 필요하다”며 “스스로를 지키며 감당할 수 있는 거리와 방식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원포인트업’ 역시 관계의 핵심을 ‘경계 설정’에서 찾는다. 저자는 관계가 흔들리는 이유가 타인의 문제라기보다, 스스로 어디까지 허용할지 분명히 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예컨대 “밤 8시 이후에는 휴대전화를 받지 않겠다”고 정해놓고도 계속 전화를 받는다면, 그것은 상대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경계를 세우지 못한 탓이다. 관계에서 불편함이 반복된다면, 먼저 자신의 기준과 한계를 점검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경계는 관계를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규칙”이라고 설명한다.

◇“관계의 출발점은 결국 나 자신”

두 책이 마지막으로 도착하는 지점은 결국 ‘나 자신’이다. ‘다시, 사람을 배웁니다’는 관계를 바로 세우기 전에 먼저 ‘나 자신을 바로 세우는 일’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우리는 타인의 시선과 평가에 민감해질수록 스스로를 잃고, 인정받기 위해 자신을 과도하게 조율하며 살아가기 쉽다. 하지만 저자는 그런 삶이 결국 불안과 소진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한다. 중요한 것은 남의 기대에 맞추는 삶이 아니라,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어디까지 감당할 수 있는지를 아는 일이다. 저자는 “홀로서는 것이 먼저”라며 “자신을 유지하면서 타인과 연결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원포인트업’은 변화의 출발점을 ‘자기 연민’, 즉 스스로에게 친절해지는 태도에서 찾는다. 우리는 타인에게는 쉽게 격려를 건네면서도 정작 자신에게는 가장 인색하다는 것이다. 실패하거나 불안할 때 스스로를 몰아붙이기보다, 그 감정을 인정하고 다독이는 것이 회복의 시작이라고 이른다. 저자는 “스스로를 가장 친한 친구처럼 대해야 한다”며 “자신을 향한 비난의 언어를 멈추고, 친구에게 하듯 따뜻한 말로 자신을 대할 때 비로소 마음의 균형이 회복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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