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츠비' 브웨 700회 공연 쾌거…삼성처럼 해외에 '오디'각인시킬 것"[...

생활/문화

이데일리,

2025년 12월 31일, 오전 06:18

[대담=윤종성 문화부장, 정리=손의연 기자]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개츠비)가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700회를 공연했어요. 얼마나 특별한 의미인지 아세요?”

반가운 인사도 잠시. 지난 2일 ‘제 12회 이데일리문화대상’ 이후 약 3주 만에 다시 만난 신춘수(57) 오디컴퍼니 대표는 잔뜩 상기된 얼굴로 대뜸 질문부터 던졌다. 차분히 그의 얘기를 들어봤더니 그제서야 이토록 들떠있는 이유를 알 것 같다.

통상 브로드웨이에서 공연의 성공 여부를 판가름하는 기준은 ‘2년’이다. ‘개츠비’가 700회를 공연했다는 것은 2년 가까이 무대에 올랐다는 의미다. 지난해 3월 브로드웨이에서 첫선을 보인 ‘개츠비’는 내년 3월이면 2년이 된다. 신 대표는 “브로드웨이에서 ‘신춘수’ 이름 앞에 성공한 작품의 프로듀서, 아시아 최초 단독 프로듀서 수식어를 붙여주기 시작했다”며 “존중받는 기분”이라며 활짝 웃었다.

2024년 토니상 의상상, 드라마데스크 어워즈 무대 디자인상 등을 수상하며 K뮤지컬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개츠비’는 내년에는 72주에 걸친 북미투어 대장정에 돌입한다. 내년 한국에서는 에밀리 브론테의 장편소설 ‘폭풍의 언덕’ 원작의 창작뮤지컬 ‘워더링 하이츠’(Wuthering Heights)를 선보인다. 그는 “세기의 고전을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본 작품”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신 대표의 별명은 ‘뮤지컬계의 돈키호테’다. 실패해도 목표를 향해 도전하고 또 도전하는 모습이 풍차를 향해 돌진하는 돈키호테를 닮아서다. 무모해 보였던 그의 도전은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에 깃발을 꽂는 ‘성공의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세계의 문을 열어보겠다며 그가 설립한 회사 오디(OD, 오픈 더 도어)컴퍼니는 내년 창사 25주년을 맞는다. 신 대표는 “반도체하면 삼성이 떠오르듯, 공연하면 오디컴퍼니가 떠오르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면서 “신춘수가 없어도 100년 가는 기업으로 만들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다음은 신 대표와의 일문일답.

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 (사진=방인권 기자)
-브로드웨이 700회 공연이 갖는 의미가 뭔가.

△브로드웨이에서 공연 성공 여부를 판가름하는 기준이 2년이다. 700회를 공연했다는 것은 ‘개츠비’가 2년 가까이 무대에 올랐다는 것이다. 정확히 내년 3월이면 브로드웨이 첫 공연후 2년이다. 얼마 전 만난 브로드웨이씨어터(개츠비 공연 극장) 대표가 ‘이렇게 좋은 작품을 공연할 수 있어 너무 좋다, 마음껏 공연하라’고 말해줘 너무 기뻤다.

-‘홀러 이프 야 히어 미’, ‘닥터 지바고’ 실패 후 브로드웨이에서 세 번째 작품 만에 거둔 성과다.

△실패해도 계속 브로드웨이는 언제나 내 목표였고, 세 번째 만에 그 목표를 성취했다고 생각했다. 이 작품의 성공으로 브로드웨이에서 프로듀서로서의 위상도 탄탄해졌다. 이젠 브로드웨이에서 신춘수 이름 앞에 성공한 작품의 프로듀서, 아시아 최초 단독 프로듀서 수식어를 붙여준다. 그들에게 존중받는 기분이다.(웃음)

-‘개츠비’는 계속 오픈런을 유지하는 건가.

△브로드웨이 오픈런은 계속 될 거다. 최소한 5년 이상 갈 것으로 생각한다.

-내년엔 ‘개츠비’ 북미 투어도 시작하는데.

△내년 2월 1일 볼티모어를 시작으로 72주 공연이 예정돼 있다. 캐나다까지 포함된 일정이다. 티켓 판매가 기대 이상이어서 최소한 2년 이상 투어를 돌릴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빠르면 2027년께 첫 한국어 공연도 계획하고 있다.

-수익적인 면은 어떤가.

△브로드웨이에선 수익이 나지 않으면 바로 폐막한다. ‘개츠비’는 2027년 여름쯤 사전제작비를 전부 회수한다. 보통 2~3년 만에 제작비를 회수할 수 있으면 아주 잘 된 공연이라 여긴다. 예컨대 지난 주 ‘개츠비’의 공연 매출이 약 150만 달러였다. 한 주당 제작비는 약 100만 달러 정도로, 일주일에 약 50만 달러(약 7억 원) 이익이 난 것이다.

-‘이데일리 문화대상’ 수상이 갖는 의미도 남다를 것 같다.

△‘개츠비’의 브로드웨이 공연 후 정말 숨가쁘게 달려왔다. 한·미·영 3개국 동시 공연도 무척 힘들고 외로웠다. 상을 받고나서 크게 위로받은 기분이었다. 무엇보다 한국에서 위안받아 더 기뻤다. 상을 받으면서 다시 출발선상에 섰다는 생각도 들었다. 더 좋은 작품을 만들고, 후배들에게 확실한 길을 열어줘야겠다고 다짐했다.

-내년에 또 창작 신작을 올린다고 들었다.

△‘워더링 하이츠’를 올릴 예정이다. 에밀리 브론테가 1847년에 발표한 장편소설 ‘폭풍의 언덕’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이다. 10대 때 읽은 ‘폭풍의 언덕’은 너무 강렬했다. 고전을 새로운 시각에서 해석하려 공을 들였다.

-‘해저 2만리’를 모티브로 한 ‘캡틴 니모’도 준비 중인데, 고전에서 영감을 많이 받는 편인가.

△어릴 때 독서 영향이 큰 것 같다.(웃음) 문학성을 갖춘 고전 소설을 무대에 올리고 싶다는 욕구는 어릴 적부터 늘 가져왔다. 원작에 충실한 작품을 만드는 것도, 영감을 받아 완전히 새로운 세계를 구축하는 것도 나에게 무척 흥미로운 작업이다.

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 (사진=방인권 기자)
-내년 오디컴퍼니가 창립 25주년을 맞는다. 특별한 계획이 있나.

△벌써 25년이나 됐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장수기업 아닌가.(웃음) ‘오픈 더 도어’ 사명처럼 처음부터 ‘글로벌’을 목표로 출범했던 회사다. 2026년은 세계 시장에서 더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 힘을 낼 것이다. 해외 관객들에게 오디컴퍼니가 각인될 날이 있을 거다. 반도체하면 삼성이 떠오르듯. 공연하면 오디컴퍼니가 떠올랐으면 좋겠다.

-‘개츠비’ , ‘일 테노레’, ‘워더링 하이츠’ 등 창작을 계속 선보이는데.

△그런 방향서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라이선스 뮤지컬을 안 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나만의 스타일로 만들어보고 싶은 라이선스 작품들도 여전히 눈에 보인다. 하지만 오디컴퍼니 라인업에서 창작물의 비중이 더 커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츠비’로 오리지널 지식재산권(IP)의 확장 가능성도 충분히 확인했다. 고전 문학뿐 아니라 영화를 무대화하려는 생각도 갖고 있다. 협업 제안도 많이 들어오고 있다.(웃음)

◇신 대표는…

△1968년 출생 △서울예대 영화과 △연세대 경영전문대학원 석사(MBA) △브로드웨이리그 정회원(미국) △전 한국뮤제컬제작사협회장 △전 한국공연프로듀서협회장 △오디컴퍼니 대표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