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쳐 흐르는 미담…故 안성기, 삶으로 보여준 어른의 품격 [N이슈]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1월 06일, 오후 05:44

6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영화센터에 마련된 '국민배우' 고 안성기 시민 추모공간을 찾은 시민들이 고인의 영정에 헌화하고 있다. 충무로 서울영화센터는 오는 8일 오후 6시까지 추모 공간을 운영한다. 2026.1.6/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영화계 거목' 배우 안성기가 지난 5일 향년 74세로 세상을 떠난 가운데, 온라인상에는 평소 훌륭한 인품을 자랑했던 고인에 대한 미담이 끝없이 넘쳐흐른다.

안성기는 지난 5일 오전 9시 향년 74세로 별세했다. 혈액암 재발 후 투병 중이었던 그는 지난해 12월 30일 심정지 상태로 서울 순천향대학병원 응급실에 이송돼 중환자실에서 치료받았으나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앞서 고인은 지난 2019년 혈액암 진단을 받고 이듬해 완치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재발로 인해 다시 투병 생활이 시작됐고, 지난 2022년 한 행사에 이전과 달라진 모습으로 나타난 뒤 혈액암 투병 소식이 전해졌다.

영화 '신과 함께' 시리즈를 제작한 제작사 리얼라이즈 픽처스의 원동연 대표는 지난 5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안성기와의 일화를 적은 글을 게재했다.

글에서 원동연 대표는 안성기가 2014년 초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할 당시 카톨릭 문화인이 만드는 기념 영상을 자신에게 부탁해 왔다면서 기억을 꺼냈다. 글에 따르면 '나이롱 신자'라 제작을 맡을 수 없다는 원 대표의 말에 안성기는 "약자와 소외된 사람을 챙기라는 교황님의 메시지를 많은 사람에게 전달하려는 거지 선교를 하자는 게 아니다"라고 설득했고, 결국 원동연 대표는 영상을 만들었다.

원 대표는 "작업이 끝나고 명동성당 뒤뜰에서 안 선배가 나한테 커피 한 잔을 건네며 '우린 약자와 소외된 사람을 항상 염두에 두고 살자'고 하셨었다"면서 "안성기 사도 요한 형제님 고생하셨고 수고 많으셨습니다, 평화를 빌고 또 빕니다"라고 애도의 뜻을 표했다.

5일 서울 중구 서울영화센터에 고 안성기의 추모 공간이 마련돼 있다. 안성기는 이날 오전 9시 서울 용산구 순천향대병원 중환자실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눈을 감았다. 향년 74세. 2026.1.5/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영화 '귀향'(2016) '광대: 소리꾼'(2020) '초혼, 다시 부르는 노래'(2025) 등의 연출자인 조정래 감독도 안성기와의 일화를 SNS에 공개했다. 그는 자신이 군 제대 후 한 장편영화 제작부의 막내로 있을 때 안성기와 함께 작품을 했었다며 "안성기 선배님은 당신의 등장 신이 없었음에도 숙소에서 쉬지 않고 함께 계셨다, 어떨 때는 침낭을 가져와 그 추운 야외에서 침낭을 뒤집어쓰고 쪽잠을 청하셨는데 주변에서 우려하니 되려 고생하는 스태프들을 걱정하셨다"고 적었다.

이어 조 감독은 자신의 첫 독립 장편 영화 '두레소리'의 시사회에 안성기가 찾아와 함께 식사하게 됐다며 "그 자리에서 그때의 일을 말씀드리니 쑥스러워하시며 현장에서 스태프들이 얼마나 고생하는지 사람들은 잘 모른다며 고생했다고 다독여 주셨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정한 대한민국 국민배우 안성기 선배님이지만 만난 사람 누구나 대배우님이 아닌 친근한 친구가 되어주신 것을 기억한다, 정말 고생하셨다, 말석에 있던 새까만 후배라 이런 말씀 드리기 송구스럽지만, 감히 존경하고 존경한다"고 덧붙였다.

영화 '강철대오: 구국의 철가방'(2012) '나의 특별한 형제'(2019) '3일의 휴가'(2023) 등을 연출한 육상효 감독도 SNS에 과거 영화 '축제'의 시나리오 작가로 고인과 함께했던 추억을 적었다.

육 감독은 "선배님은 당시 최고의 스타셨고 저는 신출내기 작가였는데 따뜻하게 대해주신 거 기억한다, 나뿐만 아니라 모든 현장 스태프에게 다정한 형처럼 잘 대해주셨다, 술은 전혀 안 드셨고 틈나면 촬영 현장 바로 앞에 있었던 갯벌에 낚싯대 드리우고 앉아 계셨다"고 회상했다.

6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영화센터에 마련된 '국민배우' 고 안성기 시민 추모공간에 고인의 추모 영상이 상영되고 있다. 충무로 서울영화센터는 오는 8일 오후 6시까지 추모 공간을 운영한다. 2026.1.6/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이어 "조용하고 고결하고 다정하셨다, 그 모든 게 그때의 얼굴에 그대로 드러나셔서 어느 배우는 클로즈업으로 보이는 40대 중반 선배님의 얼굴이 프랑스 배우 갔다고도 하셨다"면서 "한 명의 배우라기 보다 하나의 시대였던 분, 한 시기의 스타라기 보다 그 자체로 한국 영화의 전부였던 선배님, 안녕히 가세요"라고 애도했다.

해외 영화인도 고 안성기의 죽음을 애도했다. 다큐멘터리 영화 '가루다 파워: 인도네시아 액션영화의 힘'을 연출한 프랑스 출신 바스티안 메르손 감독은 "안성기는 뛰어난 예술가였을 뿐 아니라 내가 만날 수 있는 특권을 누린 사람 중 가장 친절하고 겸손하고 똑똑하고 재치 있고 관대한 사람이었다"면서 애도의 글을 적었다.

더불어 연예계는 배우뿐 아니라 가수, 방송인까지 SNS에 저마다 안성기에 대한 기억을 공유하며 애도의 글을 올려 눈길을 끈다.

특히 가수 바다는 "'우리 바다, 내가 항상 응원해' 하며 따뜻하게 먼저 말을 걸어 주셨던 선배님, 늘 존경해 왔던 선배님과 함께 미사 드릴 때마다 마음 따뜻하고 너무 행복했습니다"라며 "결혼 축하해 주시며 댁으로 초대해 주셔서 저와 신랑에게 따끈한 국수를 말아 한 그릇씩 떠 주시며 시처럼 아름다운 덕담을 한 아름 안겨 주셨다"고 고인과의 추억을 떠올려 눈길을 끌었다.

6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영화센터에 마련된 '국민배우' 고 안성기 시민 추모공간에 고인의 추모 영상이 상영되고 있다. 충무로 서울영화센터는 오는 8일 오후 6시까지 추모 공간을 운영한다. 2026.1.6/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차인표 역시 안성기와 찍은 사진을 공개하며 "종종 전화주셔서 이런 일도 같이하자고 하시고, 저런 일도 상의하시곤 했다, 변변찮은 후배를 사랑해 주시니 감사하고, 영광이었다"며 "'언젠가 갚아야지, 꼭 갚아야지' 했는데 20년이 지났다, 믹스커피 한 잔 타드린 것 말고는 해드린 게 없다, 선배님 감사했습니다, 하늘에서 만나면 갚을게요, 꼭 다시 만나요"라고 애틋한 마음을 드러냈다.

또한 생전의 고인과 인터뷰했던 유명 영화 평론가 이동진은 자신의 블로그에 인터뷰를 게재하며 "당시 제가 글로 옮겼던 내용을 다시 읽어만 보는데도 그 따스한 목소리와 정겨운 미소가 고스란히 떠오릅니다, 슬픈 날이지만, 저는 20년 전의 그 인터뷰에서 무척 행복해 보이셨던 순간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습니다, 정말 많이 그리울 것 같습니다"라고 적어 뭉클함을 자아냈다.

한편 고 안성기의 빈소는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31호실에 마련됐다. 발인은 9일 오전이며, 장지는 양평 별그리다다. 장례는 (재)신영균예술문화재단과 (사)한국영화배우협회 주관으로 영화인장으로 진행된다.

eujene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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