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라를 따라간 푸트만스 씨 (드롬 제공)
네덜란드의 국민 작가 헨드릭 흐룬이 신작 장편소설을 통해 상실의 어둠을 치유하는 유쾌하고도 묵직한 여정을 선보인다. 이번 소설은 숫자로만 세상을 읽어온 한 남자가 어머니의 죽음 이후 낯선 여행길에서 마주하는 변화를 거장 특유의 필치로 그려냈다.
주인공 회르트 푸트만스는 1센트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철저한 회계원이다. 그에게 인간관계란 만성 질환을 앓는 어머니와의 고요한 공생뿐이었으며, 세상은 숫자로 치환될 때만 안전한 곳이었다.
하지만 유일한 우주였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자, 그가 쌓아 올린 견고한 성벽은 단숨에 붕괴한다. 절망에 빠진 그를 다시 일으킨 것은 "자신을 위해 멋진 여행을 떠나라"는 어머니의 마지막 유언이었다.
푸트만스는 오로라를 보기 위해 평생 기피해온 12일간의 단체 버스 여행을 선택한다. 낯선 이들과의 불편한 접촉은 그에게 고역이었으나, 아이러니하게도 그 좁은 공간에서 맞닿은 사람들의 체온은 그를 조금씩 변화시킨다. 숫자가 결코 줄 수 없었던 진심과 온기는 고립되었던 그를 세상 밖으로 끌어올리는 연결의 빛이 된다.
헨드릭 흐룬은 무거운 주제를 경쾌하게 풀어내는 독보적인 스타일을 자랑한다. 현지 언론들은 "무거운 주제도 웃긴 이야기처럼 받아들이게 만드는 마법 같은 걸작"이라며 찬사를 보냈다. 작가는 슬픔을 강요하는 대신, 세상과 소통하는 데 서툰 남자의 발걸음을 위트 있게 추적하며 독자들에게 묵직한 감동의 파고를 전달한다.
이 소설은 단순히 한 남자의 여행기가 아니다. 우리 내면에 숨겨진 고립된 자아, 즉 '각자의 푸트만스'를 보듬는 위로의 기록이다. 가장 깊은 어둠 속에서 비로소 오로라를 발견할 수 있다는 역설적인 희망을 통해, 인생의 터널을 지나는 모든 이들에게 따뜻한 질문을 던진다.
△ 오로라를 따라간 푸트만스 씨/ 헨드릭 흐룬 글/ 최진영 옮김/ 드롬/ 1만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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