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이후 첫 깃발…신라는 왜 시안을 택했나

생활/문화

이데일리,

2026년 1월 07일, 오전 09:19

[이데일리 강경록 여행전문기자] 호텔신라가 다음 달 2일 중국 시안에 ‘신라모노그램’을 개장한다. 호텔 신라의 중화권 첫 진출이다. 시점이 의미심장하다. 이재명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 이후 한중 관계 개선 기대가 커지는 국면에서 나온 첫 대형 관광 민간 투자 사례여서다. 다만 이번 진출을 단순히 ‘외교 효과’로만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과거 중국 시장에서 한국 관광기업들이 겪은 실패의 기억이 여전히 선명해서다. 그럼에도 호텔신라는 최상위 럭셔리 ‘더 신라’, 비즈니스 특화 ‘신라스테이’, 라이프스타일 리조트형 ‘신라모노그램’으로 이어지는 3대 브랜드 체계를 완성한 뒤, 그 첫 중국 무대로 시안을 택했다. 베이징·상하이가 아닌 내륙 역사도시를 선택한 점도 전략적이다.

호텔 신라의 라이프스타일 리조트형 ‘신라모노그램’
◇ 외교 환경 변화, ‘심리적 장벽’ 낮췄다

호텔 개발은 수년 전부터 기획하는 사업이다. 이번 호텔 신라의 중국 진출을 이재명 대통령의 방중 효과로 직접적으로 연결됐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이유다. 다만 정치·외교 리스크가 완화되는 국면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최근 한중 간 고위급 교류 재개, 경제 협력 메시지 강화는 중국 내 한국 브랜드에 대한 정서적 장벽을 낮추는 효과를 낳고 있다. 여기에 한국인 대상 중국 무비자 입국 시행이 맞물리며, 중국 여행 시장 전반의 회복 기대도 커지고 있다.

물론 이전에도 국내 관광기업의 중국 진출은 있었다. 실제로 사드 사태 이전에는 호텔, 테마파크, 아쿠아리움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사업을 도모했다. 그러나 결과는 대부분 기대에 못 미쳤다. 정치 리스크가 표면화되자 실적은 급락했고, 직접 투자 구조는 오히려 손실을 키웠다.

호텔신라의 시안 진출은 실패의 복기에서 출발한다. 이번에는 직접 투자 대신 위탁운영을 택했다. 부동산 리스크와 정책 변수를 현지 파트너에게 넘기고, 브랜드와 운영 노하우에만 집중하는 구조다. 글로벌 호텔 체인들이 중국에서 생존해 온 방식이다.

정광민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원은 “중요한 것은 호텔 신라의 중국 진출 방식”이라며며 “과거처럼 자본을 전면에 세운 확장이 아니라 리스크를 관리하는 방식으로의 전환”이라고 말했다.

◇ 왜 베이징도 상하이도 아닌 시안인가

시안은 13개 왕조의 수도였던 역사도시이자 실크로드의 출발점이다. 진시황릉과 병마용, 장한가 공연, 성벽 등 세계적 문화유산을 품고 있다. 동시에 호텔이 들어서는 고신(Gaoxin) 지역은 첨단 산업과 글로벌 기업이 밀집한 핵심 비즈니스 권역이다.

정치적 민감도가 높은 1선 도시를 피해, 관광과 비즈니스 수요가 동시에 존재하는 내륙 도시를 택했다는 점에서 ‘첫 시험장’으로 적합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베이징·상하이에서 실패할 경우 브랜드 전체가 흔들릴 수 있지만, 시안은 조정 가능한 범위의 리스크다.

신라모노그램 시안은 이 두 수요를 동시에 겨냥한다. 264개 객실, 시안 내 유일한 전문 한식당, 중식당과 올데이 다이닝, 고층 라운지와 실내 수영장까지 갖춘 구성은 관광객과 장기 체류 비즈니스 고객 모두를 염두에 둔 설계다. 전 객실 파노라마 뷰와 기존 대비 넓은 객실 면적 역시 ‘중국형 프리미엄’ 수요를 의식한 선택이다.

특히 한식당은 상징성이 크다. 중국 내 한국 브랜드 호텔에서 ‘한식’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단순 숙박을 넘어 K-라이프스타일을 경험 요소로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신라모노그램 시안은 라이프스타일 리조트형 호텔로 포지셔닝해 시안의 관광 수요와 고신 권역의 비즈니스 수요를 동시에 충족할 것”이라고 전했다.

◇ 성공 가능성의 조건…‘위탁운영’과 브랜드 절제

성패를 가늠할 핵심 변수는 운영 방식이다. 호텔신라는 직접 투자 대신 위탁운영을 택했다. 중국 내 부동산·정책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브랜드와 운영 노하우만을 제공하는 구조다. 글로벌 호텔 체인들이 중국에서 채택해 온 방식이기도 하다.

수익 확대보다는 ‘지속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호텔 신라의 의지이기도 하다. 이는 빠른 확장 대신 지역별 수요에 맞춰 선별하겠다는 것이다.

심창섭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중국 시장에서 한국 호텔 브랜드가 과거 실패를 겪은 가장 큰 이유는 과도한 직접 투자와 확장 속도”라며 “위탁운영은 수익의 폭은 제한적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브랜드 생존 가능성을 높이는 선택”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중국 호텔 시장은 이미 공급 과잉 국면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신라모노그램처럼 라이프스타일·경험 중심 브랜드가 얼마나 차별화된 운영을 보여주느냐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첫 해 성과를 객실 점유율이나 매출로만 평가하지 않는다. 현지 파트너십 안정성, 브랜드 인지도 확산, 추가 진출 가능성까지 종합적으로 본다. 그런 점에서 신라모노그램 시안은 ‘중국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는가’를 가늠하는 리트머스 시험지에 가깝다.

정 연구원은 “호텔신라의 이번 도전이 성공하면 중국 내 다른 내륙 도시나 신흥 산업 도시로의 확장 논의가 자연스럽게 이어질 것”이라며 “반대로 운영 안정에 실패할 경우, 한국 호텔 브랜드의 중국 재진입은 다시 긴 공백에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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