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김정훈 기자)
시장은 역성장을 하고 있는 반면, 출판사 수는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출협이 발간한 ‘2024 한국출판연감’을 보면 2019년 처음 7만개를 넘어선 출판사 수(7만 416개)는 △2020년 7만 444개 △2021년 7만 1319개 △2022년 7만 5196개 △2023년 7만 9035개 △2024년 8만 1161개 등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1인 출판사만 집계한 통계는 따로 없지만, 신규 등록 출판사의 상당수가 1인 출판사라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출판계 관계자는 “AI 활용이 늘어나면서 출판사를 설립해 책을 출간하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다”며 “신규 등록한 출판사에서 1인 출판사의 비중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챗GPT·미드저니·캔바 등 AI 프로그램를 활용해 기획, 집필, 삽화, 편집 등 출판 전 과정을 단기간에 마칠 수 있게 되면서 나타난 ‘출판의 초마이크로화’ 현상이다.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소장은 “AI가 출판사의 업무 프로세스를 단순화하는데 유용한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면서 “1인 출판사 등 ‘출판의 초마이크로화’는 출판계의 주류 트렌드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책 표지도 AI로 제작…제작비 절감 기대
AI를 활용해 출판사를 차리고 자신의 책을 내려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난 것은 출판학교 강의 프로그램에서도 확인된다. 최근 출판학교들은 1인 출판사, 주문형 출판(POD, 맞춤형 소량 출판 서비스)에 관심 있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AI 활용 강좌를 앞다퉈 개설하고 있다.
서성미 마이다스북 대표는 “AI가 출판의 전 과정을 압축하면서 개인도 손쉽게 1인 출판에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면서 “평범한 주부는 물론, 최근에는 중·고등학생들도 AI를 활용해 책을 출간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AI를 활용한 전자책으로 먼저 작가로 데뷔한 뒤, 기성 출판사의 제안으로 종이책을 출간하는 경우도 나오고 있다”며 “AI 출판으로 자신을 작가로서 브랜딩하려는 이들도 늘어난 분위기”라고 전했다.
서울 시내 한 대형서점에 책이 진열돼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사진=연합뉴스)
기성 출판사들도 AI 활용에 적극적이다. 기획 과정은 물론, 교정·교열 등 본격적인 도서 편집에서 AI를 활용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IT 실용서를 출간하는 이지스퍼블리싱의 임승빈 편집팀장은 “과거 활자로 인쇄하던 것이 컴퓨터의 등장으로 사라진 것처럼, AI의 등장 역시 출판 도구의 변화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는 AI를 잘 활용하는 사람이 출판 시장에서 살아남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전수지 스토리홀딩스 프로젝트매니저는 “우리나라 출판계는 보수적이라서 신기술 도입이 느린 편인 데도 최근 AI를 출판에 활용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강좌가 많이 늘어난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라며 “최근 들어 출판사들이 책 표지 제작 등에 AI를 적극 활용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검증 안된 책 봇물…AI 오역 폐해도
AI 확산이 출판계에 긍정적 영향만 주는 것은 아니다. 일각에선 AI가 출판 시장에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AI를 활용해 검증 없이 다량의 책을 출간하는 이른바 ‘딸깍 도서’가 출판 시장을 훼손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A출판사의 경우 AI를 활용해 1년 동안 9000여 권의 책을 출간한 사실이 알려져 책의 완성도 논란이 불거졌다. B출판사는 고전 번역서에서 오역이 다수 발견되면서 AI 번역의 폐해라는 지적을 받았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향후 AI 활용으로 출판 과정에서의 제작비 절감 효과는 기대할 수 있지만, AI만으로는 독자들이 원하는 책을 만드는데 한계가 있다”면서 “AI를 무분별한 이용은 독자의 신뢰를 갉아먹는 등 출판 시장에 ‘독’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