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관광재단이 운영한 ‘아트인서울’ 프로그램을 통해 간송미술관을 방문한 외국인 여행객들 전시를 관람하고 있다. (사진=이민하 기자)
과거엔 문화·예술 공간이 여행 중 잠깐 들르는 장소였다면, 이제는 일부러 찾아가야 하는 필수 코스가 됐다는 분석이다. ‘예술관광’이 새로운 여행의 한 장르로 자리 잡으면서 지역 관광의 체류시간과 소비를 늘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예술관광, 도시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다
‘예술관광’은 박물관·미술관·공연장·예술지구를 직접 찾아 관람하고 체험하는 특수목적관광이다. 온라인으로 대체할 수 없고 현장 경험 중심이라는 점에서 지역에 머무는 여행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높은 게 특징이다. 최근 여행 수요가 단체에서 개별·취향 중심 자유 여행으로 바뀐 점도 예술관광 수요를 높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
해외에서는 예술관광이 이미 관광 수요를 견인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프랑스 파리 루브르박물관과 오르세미술관 등이 대표적인 예다. 프랑스 관광개발청 보고서에 따르면 파리 방문객 중 63%는 루브르박물관, 오르세미술관, 퐁피두센터 등을 찾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 전체 관광 수입 중 예술관광 관련 비중은 약 40%에 달한다. 박물관, 미술관 인근으로 식음, 쇼핑, 숙박 소비가 확대되면서 체류와 소비가 늘어나는 효과를 누리고 있다.
미국 뉴욕의 브로드웨이 극장 지구도 예술관광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2024~2025년 시즌 기준 티켓 총매출 18억 9000만 달러(약 2조 7300억원), 관객 1470만명을 동원해 역대 최고 실적을 돌파했다. 현재 41개 극장이 운영 중이며 ‘시카고’, ‘라이온킹’, ‘위키드’ 등 약 22편의 공연이 상영되며 뉴욕 여행 ‘필수 코스’로 자리 잡았다. 공연장을 중심으로 식당과 상점, 호텔이 밀집해 공연 전후로 도시에 머무르는 방식이 대표적인 도시여행의 패턴으로 자리 잡았다. 예술 콘텐츠가 지역 경제를 움직이는 엔진 역할을 하는 것이다.
서울관광재단이 운영한 ‘아트인서울’ 프로그램을 통해 길상사를 방문한 외국인 여행객들이 스님과 탑돌이를 하고 있다. (사진=이민하 기자)
국내에선 서울이 예술관광 도시로 성장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갤러리와 공연장 수, 전시와 공연의 밀도 역시 세계 주요 문화도시와 견줘 손색이 없다는 평가다. 실제로 외래관광객의 박물관·미술관 방문율은 최근 몇 년 사이 빠르게 상승했다. 2018년 16.2%에서 2023년 34.8%로 늘었고 예술관광 만족도도 같은 기간 5.8%에서 14.8%로 세 배 늘어났다. 연간 1만 5000건이 넘는 공연·전시가 열리는 도시답게 예술을 중심으로 한 여행 동선이 현실화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져 있다는 평가다.
예술관광을 도시 전반으로 확산하려는 시도도 이어가고 있다. 서울관광재단은 지난해 83개 기관이 참여하는 ‘서울 예술관광 얼라이언스’를 출범했다. 이어 남산·한남·성북 일대를 잇는 예술관광 코스를 개발하고, 공연과 전시, 숙박과 상권을 연계한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예술 공간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머무는 흐름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지방에서도 예술관광은 지역 관광을 살리는 실질적인 동력으로 작동하고 있다. 광주 양림동은 근대 역사문화마을과 예술 공간이 어우러진 지역이다. 비엔날레와 연계한 전시와 골목 공간을 결합하면서 관람객이 자연스럽게 마을에 머무는 여행이 자리 잡았다. 예술이 지역 일상의 공간으로 스며든 사례다.
부산은 아트페어를 지역 상권과 연계한 예술관광 모델을 선보였다. 지난해 14회를 맞은 ‘아트부산 2025’은 행사 기간 2주간 ‘부산아트위크’를 함께 운영했다. 벡스코 전시장을 넘어 부산 각지에서 전시·공연·미식·라이프스타일 콘텐츠를 연계하는 방식이다. 예술·문화·미식·휴식 3가지 키워드로 지역 명소 및 제휴 할인 카페숍, 소품점 등을 소개하는 미니 가이드북을 행사장에서 배포해 아트페어를 방문한 방문객들이 부산 관광까지 즐길 수 있도록 유도했다.
◇“한국 예술관광 패러다임 변화 필요”
예술관광은 단순한 문화 소비를 넘어 지역 관광 산업의 체질을 바꾸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예술 공간은 계절과 날씨의 영향을 덜 받고, 반복 방문 수요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안정적인 관광 자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용규 트래블레이블 대표는 “우리나라의 국립중앙박물관 등 예술 인프라는 유럽과 비견할 수 있을 정도로 수준이 높지만 관광지로의 전략적 개발이나 홍보가 매우 부족한 상황”이라며 “외국인이 ‘이 작품을 보러 한국에 간다’고 할 수 있을만한 대표 예술 관광 콘텐츠 홍보가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예술 공간을 점으로 남겨두지 말고, 거리와 지구 단위로 연결해 체류와 소비가 일어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립중앙박물관이 박물관 관람객은 늘었지만 주변에 연결고리가 없어 박물관만 관람하고 그냥 가버리는 것이 대표적이다. 브로드웨이가 타임스퀘어와 연결돼 하나의 예술 관광 지구를 형성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연택 한양대 관광학부 명예교수는 “우리나라의 매력적인 미술관, 공연장을 엮어 예술관광 스트리트나 지구 단위 개발이 필요하다”며 “거리가 만들어지고 그 안에서 관광 소비가 이뤄져야 비로소 예술관광 산업이 육성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