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창호 감독 "故안성기, 커피 광고 제안 받은 뒤 영화 열정에 방해될까 상의"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1월 09일, 오전 10:58

배창호 감독이 故 안성기의 장례 미사를 위해 9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성당으로 들어서고 있다. 2026.1.9/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배창호 감독이 고(故) 안성기와 함께한 영화 인생을 되돌아봤다.

9일 오전 9시께 서울 중구 명동성당 파밀리아 채플홀에서 고인의 영화인 영결식이 진행됐다.

조사를 맡은 배창호 감독은 "1980년 광화문 다방에서 우연히 만나 안 형을 만났다"라며 "어린 시절부터 스크린 속에서 안 형을 봤고, 특별연기상을 받은 사실도 잘 알기에 성인이 되어 만난 안 형의 모습은 인상적이었다"라고 회고했다. 이어 "그즈음 안 형은 충무로에 복귀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때였고, 나는 영화계에 새로운 기운을 불러줄 연기자를 원했다"라며 "안 형은 '바람불어'를 시작으로 연이어 화제작에 출연해 관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으며 영화계, 평론계 모두로부터 연기력과 대중적 인지도를 확인받았다"고 전했다.

또한 "안 형과 영화, 연기에 대해 토론하고 촬영이 끝나면 맥주잔을 함께 기울이며 같이할 다음 작품에 대해 의논을 나눴다"라며 "그러던 어느 날 밤 우리 집에 불쑥 찾아온 안 형은 고민을 불쑥 털어놨는데 유명 커피 광고 제안을 받았는데 영화에 대한 자신의 열정이 방해되지 않을까 한다는 것이었다, 그 광고를 수락하면 경제적으로 여유를 가져 출연작 선택에 신중할 수 있을 거란 내 조언을 받아들여 오랫동안 그 광고 하나에만 출연해 친근하고 따뜻한 이미지를 보여줬다"라고도 말했다.

배 감독은 "오로지 영화에만 전념한 안 형은 90년대 국민배우 호칭을 받기에 이르렀다, 부담감이 되지 않을까 내심 걱정도 됐지만, 그만큼 한국을 대표하는 연기자로서 자리매김했고 성실한 연기자의 표본이 됐다"라며 "우리는 열세개의 작품을 함께 했다, 3년 전 제 특별전에 나타난 안 형은 달라진 얼굴로 갑작스레 투병 소식을 알려 놀라움을 안겼지만 꿋꿋이 재단과 김대건 신부의 '탄생'에도 출연했다"고 했다.

이어 "정말 엊그제 같은데, 그동안 세월은 어디로 간 것일까"라며 "안 형의 영정은 '기쁜 우리 젊은 날' 포스터를 위해 찍은 것으로, 그렇다, 그땐 우리 모두에게 찬란한 빛난 '기쁜 우리 젊은 날'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지금, 이 순간을 맞이했다, 우리 곁을 너무 일찍 떠나야 하는 순간이 마음 아프지만 엄숙하게 보내드리려고 한다, 영화를 사랑하고, 촬영 현장을 집처럼 다니고, 늘 신중해 생각이 많았던 안 형, 투병을 말없이 감당했던 안 형, 그동안 함께해 즐거웠고 든든했고 고마웠다"라며 "지난 세월이 그냥 흘러간 것이 아니라 관객들을 웃고 울게 해준 그 주옥같은 순간 속에 고스란히 살아 있다, 많이 애쓰셨으니 이제 하늘에서 편히 쉬길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안성기는 생전 배창호 감독의 '꼬방동네 사람들'(1982)에 출연한 데 이어 '적도의 꽃'(1983) '고래사냥'(1984)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1984) '깊고 푸른 밤'(1985) '고래사냥2'(1985) '기쁜 우리 젊은 날'(1987) 등에 출연했다.

안성기는 지난 5일 오전 9시 별세했다. 향년 74세. 고 안성기는 지난해 12월 30일 심정지 상태로 서울 순천향대병원 응급실에 이송,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아왔다. 이후 빈소는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졌다.

안성기는 2019년 혈액암 진단을 받고 이듬해 완치 판정을 받았으나, 재발해 투병 중이었다. 투병 소식은 지난 2022년 한 행사에 그가 이전과 달라진 모습으로 나타난 뒤 알려졌다.

고 안성기의 장례는 (재)신영균예술문화재단과 (사)한국영화배우협회 주관으로 영화인장으로 치러졌다. 원로배우 신영균이 명예장례위원장을, 배창호 감독, 이갑성 한국영화배우협회 이사장, 신언식 신영균예술문화재단 직무대행 신언식, 양윤호 한국영화인협회 이사장 등이 공동장례위원장을 맡았다.

화장은 서울추모공원에서 진행되며, 장지는 양평 별그리다다.

한편 안성기는 1957년 영화 '황혼열차'를 통해 아역배우로 데뷔했다. 이후 '하녀' '바람불어 좋은 날'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만다라' '고래사냥' '기쁜 우리 젊은 날' '어우동' '황진이' '남부군' '하얀전쟁' '투캅스' '인정사정 볼 것 없다' '미술관 옆 동물원' '취화선' '실미도' '한반도' '라디오스타' '화려한 휴가' '부러진 화살' '한산: 용의 출현' '노량: 죽음의 바다' 등 수많은 대표작을 통해 '국민 배우'로 자리매김, 한국 영화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

seung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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