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에 정성껏 빚어낸 마법과 환상…'센과 치히로'

생활/문화

이데일리,

2026년 1월 12일, 오후 04:50

[이데일리 손의연 기자] 애니메이션에서 튀어나온 듯 싱크로율이 높은 배우들, 특수효과보다 인력(人力)을 이용한 무대 장치와 퍼펫(인형). 11인조 오케스트라가 펼치는 선율까지 어우러져 감동적이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공연 장면(사진=TOHO Theatrical Dept.)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 동명 작품을 무대화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7일부터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 중이다.

작품은 10살 소녀 치히로가 우연히 신들의 온천장에 들어서며 펼치는 모험을 그린다. 겁 많던 소녀인 치히로가 하쿠와 부모 등 주변 인물을 구하면서 성장하는 과정을 담았다.

공연은 애니메이션 줄거리를 그대로 따라간다. 애니메이션을 본 관객이라면 배우의 의상과 대사, 배경, 소품에서 친숙한 요소를 찾으며 반가움도 느낄 수 있다.

특히 치히로 역을 맡은 카미시라이시 모네, 하쿠 역을 맡은 다이고 코타로는 원작 캐릭터의 모습과 목소리, 동작까지 싱크로율이 높다.

실제 원작의 유바바·제니바의 성우를 맡았던 나츠키 마리 역시 같은 역으로 등장해 카리스마 있는 연기를 보여주며 유바바가 살아온 듯한 느낌을 준다.

무대 연출은 아날로그 방식이 주지만 촌스럽지 않고 위화감도 느껴지지 않는다. 아날로그로 구현한 무대가 오히려 지브리 특유의 감성과 매력을 극대화한다.

무대는 일본의 전통 예술 중 하나인 ‘노’(能·일본 가면극)의 무대 방식을 활용했다. 중앙에서 회전하는 무대는 배경을 바꿔가며 이야기를 진행시킨다. 이 장치로 인해 빠르게 이뤄지는 장면 전환은 애니메이션의 속도감을 생각해도 아쉽지 않다.

가장 인상적인 건 퍼펫티어(인형 조종사)들이다. 무대엔 다수의 퍼펫티어가 등장하는데 이들은 만화적 요소를 무대에서 가능하게 풀어내며 주연 못지 않은 열연을 선보인다.

가마 할아범의 팔 6개를 각각 다른 퍼펫티어가 유기적으로 조종하고, 가오나시 역시 여러 명의 퍼펫티어가 비현실적인 요괴의 움직임을 실감 나게 재현한다.

특히 유바바의 머리가 커지며 치히로에게 고함을 쏟아내는 씬이 독창적이다. 나츠키 마리가 ‘최애 장면’으로 꼽은 부분으로, ‘어떻게 구현할까’라는 호기심을 갖게 하는 장면이다. 실제 공연에선 퍼펫티어들이 가면을 들고 나와 조립해 입모양을 만드는 부분이 흥미롭게 다가온다.

음악 역시 이번 공연을 이끄는 중요한 요소다. 11인조 오케스트라는 동명 애니메이션에도 참여했던 히사이시 조의 음악을 생생하게 연주한다. 음악은 장면을 자연스럽게 연출하는 데 도움을 주며 원작에서 느낄 수 있는 감성을 풍성하게 전달하는 역할도 한다.

가마 할아범 등 목욕탕에서 일하는 인물들이 노래를 하는 장면이 있지만, 뮤지컬처럼 등장인물의 감정을 표현하기 위한 넘버는 아니다. 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긴 공연 시간 중 이야기를 잠시 멈추고 여유를 두는 장치로 볼 수 있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치히로의 동화적 성장담을 보여주면서도 여러 해석이 가능해 명작으로 꼽힌다.

치히로 역을 맡은 배우 카미시라이시는 “결단력 있는 행동, 자신을 믿는 법을 치히로에게 배웠다”며 “부모에게 받는 이름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깨달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카미시라이시와 함께 치히로 역에 더블 캐스팅된 배우 카와에이 리나는 “10살 아이가 사랑을 받고 돌려주며 살아갈 힘을 얻는 과정을 지켜봐줬으면 한다”며 “또 일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일한 대가를 받는게 중요한지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공연은 3월 22일까지 이어진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공연 모습(사진=TOHO Theatrical De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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