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미라 삼성서울병원 교수, 안중경 강북삼성병원 교수, 김경아 삼성서울병원 교수, 홍성준 삼성서울병원 박사(왼쪽부터)/삼성서울병원 제공
술을 마실수록 혈중 요산 수치가 올라가며, 같은 양의 술이라도 성별과 술의 종류에 따라 요산 상승 폭이 달라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한국인이 자주 마시는 소주와 맥주가 성별에 따라 요산 증가와 다르게 연결되는 양상이 확인됐다.
강미라 삼성서울병원 건강의학본부 교수, 의학통계센터 김경아 교수·홍성준 박사, 안중경 강북삼성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 공동 연구팀이 지난 2011년 1월부터 2016년 6월까지 삼성서울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은 성인 1만 7011명을 분석해, 음주량과 술의 종류, 음주 습관이 혈청 요산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4일 밝혔다.
혈청 요산은 통풍 발생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지표다. 요산 수치가 높아지면 관절에 요산 결정이 쌓이면서 통풍 발작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음주는 요산 생성을 늘리는 동시에 신장을 통한 요산 배설을 억제해 통풍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기존 서구권 연구만으로는 한국인의 음주 문화를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는 점에 주목했다. 우리나라는 소주 소비 비중이 높고, 폭탄주처럼 여러 주종을 섞어 마시는 음주 방식이 흔하다. 이에 연구팀은 '한국형 음주 패턴'을 반영해 분석을 설계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알코올 섭취량을 에탄올 8g을 기준으로 한 '표준잔(Standard Drink Unit, SDU)'으로 환산했다. 이는 한국인을 기준으로 설정한 단위로, 맥주(도수 4.5%) 220ml, 소주(20%) 50mL, 와인(12%) 85mL가 각각 1표준잔에 해당한다. 연구 대상자는 음주하지 않는 경우부터 과음·폭음에 해당하는 경우까지 총 6단계 음주군으로 나눠 분석했다.
그 결과, 술의 종류와 관계없이 음주량이 증가할수록 혈청 요산 수치가 상승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이같은 용량–반응 관계는 맥주, 소주, 와인 모두에서 일관되게 확인됐다.
그래프
요산 관리의 출발점은 약보다 생활습관…연구진 "금주가 우선"
다만 요산 상승과 더 강하게 연결된 술의 종류는 성별에 따라 달랐다. 남성에서는 소주 섭취가 요산 증가와 가장 밀접한 관련을 보였다. 하루 소주 0.5표준잔 수준의 비교적 적은 음주량에서도 요산 수치가 유의하게 상승하는 경향이 나타았다.
여성에서는 맥주 섭취가 요산 상승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여성의 경우 하루 1표준잔 수준의 맥주 섭취부터 요산 수치 증가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여성에서 알코올 대사와 요산 처리 과정이 남성과 다르게 작동할 가능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여러 주종을 섞어 마시는 경우에는 남녀 모두에서 요산 수치가 더 높아졌다. 연구팀은 폭탄주와 같이 여러 술을 섞어 마실 경우 1회 음주 시 섭취하는 알코올 총량이 커지고, 이에 따라 요산 상승 효과가 누적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1회 음주량'의 영향도 별도로 평가했다. 연구팀은 한 번 마실 때 소비되는 술의 양을 '1회 제공량'으로 환산해 분석했는데, 이 기준에서는 맥주와 소주가 와인보다 요산 상승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났다. 이는 맥주와 소주가 와인보다 한 번에 마시는 양이 많은 음주 습관과 연결돼 있다는 것을 뜻한다.
체질량지수(BMI)가 25kg/m² 미만인 비만이 아닌 집단에서는 음주에 따른 요산 상승 효과가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 반면 비만군에서는 비만 자체가 요산을 높이는 영향이 커, 음주의 추가 효과가 상대적으로 가려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팀은 술의 종류와 함께 음식 섭취 패턴도 요산 변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봤다. 남성의 경우 소주 또는 여러 주종을 섞어 마시는 사람일수록 단백질 섭취량이 높은 경향이 나타났고, 여성에서는 맥주를 주로 마시는 경우 단백질 섭취가 상대적으로 많았다. 단백질이 풍부한 음식은 요산 생성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술과 음식의 조합 역시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강미라 교수는 "이번 연구는 단순히 술의 양이 아니라, 한국 특유의 음주 방식과 술 종류, 성별 차이를 함께 고려해 요산 변화 양상을 분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통풍이나 고요산혈증 환자 교육 시 성별과 음주 습관, 음식 선택까지 포함한 생활습관 지도가 가능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안중경 교수는 "요산 수치가 높은 환자에게 무조건 금주를 권하기보다는, 어떤 술을 얼마나 마시는지가 요산에 더 큰 영향을 주는지를 설명하는 것이 현실적인 접근"이라며 "이번 연구는 임상 현장에서 실질적인 상담 근거로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를 제시했다"고 했다.
김경아 교수는 "한국인은 여러 주종을 섞어 마시는 경우가 많아, 알코올 총량과 술 종류의 효과를 분리해 분석하는 데 중점을 뒀다"며 "표준잔과 1회 음주량을 함께 분석해 실제 생활 습관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관찰연구라는 한계를 갖고 있으며, 통풍 환자나 만성질환 환자에게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만 건강검진을 받은 일반 성인을 대상으로 대규모 분석을 수행해, 한국인 음주 습관과 요산 간의 관계를 체계적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대한의학회지(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 1월 호에 게재됐다.
rnkim@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