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엄과 창의_ 한국 민화의 변주' 전시 포스터 (갤러리현대 제공)
갤러리현대는 2026년 새해를 여는 첫 전시로 조선 민화와 궁중화의 미적 정수를 살피는 '장엄과 창의: 한국 민화의 변주'를 개최한다. 전시는 2월 28일까지 갤러리현대 본관에서 진행된다.
이번 전시는 박물관급 유물 27여 점을 엄선해 선보인다. 신분과 계층에 따라 엄격히 구분된 것으로 인식되어 온 민화와 궁중화가 사실상 시각 언어를 주고받으며 끊임없이 ‘소통’해 왔다는 점에 주목한다.
전시장 1층은 새해의 액운을 막고 복을 기원하는 용과 범의 도상으로 꾸려졌다. 대한제국기 황제의 권위를 상징하는 거대 병풍 '쌍룡희주도'는 왕실의 위엄을 드러내는 핵심작이다. 반면, 현대 단색화 같은 추상미를 발산하는 '호피도'와 권위의 상징인 호랑이를 해학적으로 재해석한 '까치호랑이'는 민화 특유의 대담한 상상력을 보여준다. 특히 전시된 여섯 점의 '호도'(虎圖)는 민화가 단순 반복된 노동이 아닌, 작가의 독창적 개성이 투영된 예술임을 실증한다.
'장엄과 창의 한국 민화의 변주' 전시 전경 이미지, 갤러리현대, 서울, 2026_2층 (갤러리현대 제공)
안쪽 전시장에서는 궁중화의 정제된 미학을 만끽할 수 있다. 왕실의 장수와 권위를 상징하는 '십장생도'와 폭 7m에 달하는 압도적 스케일의 '봉황공작도'는 조선의 격조를 대변한다. 흥미로운 지점은 이러한 궁중화의 도상과 민화적 상상력이 결합된 양상이다. 도화서 화원들이 궁궐 안팎을 오가며 활동했다는 사실은 민화와 궁중화가 서로를 감각적으로 자극하며 발전했음을 뒷받침한다.
2층에서는 민화의 현대적 세련미가 돋보인다. 기차라는 근대적 표상을 전통 산수 속에 끌어들인 '화조산수도'와 길상 도상을 캐릭터처럼 변용하고 보라색 등 파격적인 색채를 사용한 '문자도'는 시대를 앞서간 민화의 창의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번 전시는 한국 전통 회화를 박제된 유산이 아닌, 우리 내면에 흐르는 '미적 DNA'로 재정의한다. 민화와 궁중화가 이뤄낸 풍성한 화음은 전통이라는 카테고리를 넘어 현대미술의 장에서도 충분한 생명력을 발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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