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근위대, 교황청 임무 수행 시작 [김정한의 역사&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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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2026년 1월 22일, 오전 06:00

스위스 근위대 병사. (출처: Hortense Haudebourt-Lescot, 1820, Public domain, via Wikimedia Commons)

1506년 1월 22일, 알프스 험준한 산맥을 넘어온 150명의 스위스 용병들이 교황 율리오 2세의 축복 속에 바티칸의 성문을 통과했다. 유럽 역사상 가장 견고하고 충성스러운 '신의 호위대'가 탄생하는 역사적 순간이었다.

16세기 초, 이탈리아반도는 강대국들의 이권이 얽힌 화약고였다. 당시 '전사 교황'으로 불린 율리오 2세는 교황청의 독립성을 수호하기 위해 강력하고 믿을 수 있는 무력이 절실했다. 그는 당시 유럽 전역에서 '백전불패'의 명성을 떨치던 스위스 용병에 주목했다.

스위스인들은 가난한 산악 지형에서 생존하기 위해 강력한 군사적 규율과 용맹함을 길러 왔으며, 고용주와의 계약을 목숨보다 소중히 여기는 신의로 유명했다. 1505년 9월, 율리오 2세는 스위스 연방에 호위 병력 파견을 공식 요청했고, 카스파어 폰 실레넨이 이끄는 150명의 대원은 700km가 넘는 행군 끝에 1월 22일 로마에 도착해 본격적인 임무 수행을 시작했다.

스위스 근위대의 창설은 단순한 용병 고용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들은 1527년 '사코 디 로마(로마 약탈)' 당시 189명 중 147명이 전사하면서도 교황 클레멘스 7세의 피신을 끝까지 지켜내며 그 가치를 증명했다.

미켈란젤로가 디자인했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화려한 르네상스풍 제복과 창을 유지하면서도, 현대적인 대테러 훈련과 최신 화기를 능숙하게 다루는 특수부대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작은 국가인 바티칸 시국이 외교적, 상징적 독립성을 유지하는 데 있어 이들의 존재는 강력한 심리적 보루가 된다.

오늘날 스위스 근위대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상설 군대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신념을 위해 목숨을 거는 '스위스 정신'은 가톨릭의 심장부와 결합해 500년이 지난 지금도 빛나고 있다. 스위스 근위대는 오늘도 변함없는 모습으로 성 베드로 성당의 입구를 지키고 있다.

acene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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