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풍경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주 관광객 수 추이 (출처=한국은행 제주본부 ‘엔데믹 이후 제주지역 숙박업 현황, 특징 및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
제주 숙박업 업황 악화는 단순히 관광객 수 감소만의 문제가 아니다. 여행·소비 트렌드 변화, 객실 과잉공급에 따른 경쟁심화, 운영비용 상승까지 겹치면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2023년 제주 숙박업 매출은 전년 대비 8.7%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전국 평균이 18.6% 증가하고 강원(24.4%)·부산(3.4%) 등 주요 관광지가 모두 성장세를 보인 것과 극명히 대비된다. 폐업률도 2024년 7.4%, 2025년 6.9%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수요 측면에서 가장 큰 충격은 내국인 관광객 감소다. 팬데믹 기간 해외여행 대체수요로 제주를 찾던 내국인은 엔데믹 이후 일본 등 해외로 빠르게 이동했다. 2022년 대비 2025년 내국인 관광객 감소폭은 270만명에 달한다. 같은 기간 외국인 관광객이 140만명 늘었지만 내국인 감소분을 메우기엔 역부족인 것으로 풀이된다.
체류기간 단축도 숙박 수요를 끌어내린 핵심 요인이다. 내국인의 1인 평균 체류기간은 2021년 4.6일에서 2024년 3.7일로 하루 가까이 줄었다. 팬데믹 기간 유행했던 ‘제주 한 달 살기’ 같은 장기 체류 트렌드가 사라지고, 단기간·근거리 중심의 국내여행 패턴이 자리 잡은 영향이다. 그 결과 1일 평균 도내 객실 수요는 2022년 3만 8000실에서 2025년 3만 2000실로 쪼그라들었다.
소비 패턴도 달라졌다. 관광객 1인당 숙박비 지출은 2023년 전년 대비 18.1% 감소했다. 체류기간이 짧아지면서 숙박 일수가 줄어든 데다, 맛집 탐방 등 식도락 비용을 늘리는 대신 숙소는 저렴하게 해결하려는 ‘가성비 숙소’ 선호 경향이 뚜렷해진 것으로 풀이된다.
2023년 제주 숙박업 매출액 증가율, 제주 숙박업체 폐업률 추이 (출처=한국은행 제주본부 ‘엔데믹 이후 제주지역 숙박업 현황, 특징 및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
문제는 소규모 업체 난립이 경쟁을 극심하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제주 숙박업체 가운데 10실 미만 소형업체 비중은 80.8%로 전국(51.5%)에서 가장 높다. 사업체당 평균 객실도 10.1실에 불과해 전국 평균(13.3실)은 물론 강원(11.2실)·부산(21.7실)보다 영세하다. 매출액 5000만 원 미만 영세업체 비중도 63.9%로 전국(52.1%)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펜션·민박 등 소규모 숙박시설의 초과공급은 특히 심각하다. 2016년 5000실 수준이던 초과공급 규모가 2025년에는 2만 3000실로 불어났다. 온라인 여행 플랫폼(OTA) 기준 펜션·민박 객실 이용률은 2025년 상반기 50%를 밑돌 정도로 유휴 객실이 많다. 가격 경쟁도 치열해져 펜션 판매객실 평균요금은 2024년 이후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연매출 10억 원 이하 소규모 업체는 만성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매출은 정체·감소하는데 인건비·임차료 등 비용 부담은 여전히 높다. 차입금 비중도 늘어(2021년 자산 대비 59%→2024년 77%) 금융비용 부담까지 가중됐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한계기업’ 상태가 고착화되고 있는 셈이다.
폐업 양상도 달라졌다. 팬데믹 초기에는 매출 기반이 취약한 신생업체 중심으로 폐업이 늘었지만, 엔데믹 이후에는 시설 노후화로 트렌드에 뒤처진 5년 이상 영업 업체 폐업이 증가했다. 전체 폐업체 중 5년 이상 업체 비중은 2019년 13.5%에서 2024년 41.4%로 세 배 이상 늘었다. 농어촌민박 폐업률(2023~2025년 평균 8.2%)은 여타 숙박업(2.5%)보다 압도적으로 높다.
◇수요 분산·공급 조절 ‘투트랙’ 처방 필요
한국은행 제주본부는 수요·공급 양 측면에서 대응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수요 측면에서는 먼저 연중 숙박수요를 분산해 비성수기 유휴 객실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 성수기·비수기 숙박요금 격차가 크고 이로 인한 고비용 인식이 여행 만족도를 떨어뜨리고 있어서다. 계절별 제주 고유 테마를 앞세운 마케팅 강화, 제주여행 공공 플랫폼 ‘탐나오’를 통한 비성수기 바우처·타임세일 지원 등이 방안으로 제시됐다.
공급 측면에서는 과밀화 해소가 시급하다. 농어촌민박·생활숙박 등 소규모 업체 대상 교육 시 1:1 맞춤형 컨설팅을 도입해 차별성 없는 창업을 막아야 한다. 기존 업체에도 정기적인 경영컨설팅을 제공해 경쟁력 없는 사업체는 업종 전환을 고려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다. 한국은행 제주본부는 보고서에서 “제주 숙박업 업황 악화는 관광객 수 및 체류기간 감소에 따른 수요 위축, 초과공급으로 인한 경쟁심화, 운영비용 상승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지속가능한 성장·발전을 위해서는 관광객 수요 확대 및 숙박시설 만족도 제고, 숙박시설 선호도를 반영한 공급 조절, 경영효율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