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속의 날'에서 '설날'로…되찾은 이름 [김정한의 역사&오늘]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1월 24일, 오전 06:00

경기 수원시 영통구 시립광교힐스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이 세배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2025.1.23/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1989년 1월 24일, 대한민국 정부는 그간 '민속의 날'이라는 모호한 이름으로 불리던 음력 1월 1일을 '설날'이라는 본래 명칭으로 되돌렸다. 또한 이날 전후로 3일간을 공휴일로 지정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단순한 휴일의 확대를 넘는 조치였다. 일제강점기부터 이어진 민족 전통 말살 시도와 근대화 과정에서의 억압을 걷어내고 민족 정체성을 회복했다는 점에서 역사적 의의가 크다.

설날의 시련은 1895년 을미개혁으로 태양력이 도입되면서 시작됐다. 이후 일제강점기에는 '구정'(舊正)이라 격하하며 세배나 떡국 같은 풍습을 미신으로 치부하고 탄압했다. 해방 이후에도 정부는 이중과세에 따른 경제적 손실을 이유로 음력설을 명절로 인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공무원들에게 신정 휴가를 강요하고 음력설 당일 가게 문을 열게 하는 등 행정력을 동원해 이를 억제했다.

정부의 강력한 신정 장려책에도 불구하고 우리 국민은 줄곧 음력설을 진짜 명절로 여겨 왔다. 1985년 '민속의 날'이라는 이름으로 하루를 쉬기 시작하며 타협점이 마련됐으나, 반쪽짜리 명절이라는 비판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결국 1989년, 민주화 열풍과 함께 전통문화에 대한 자긍심이 높아지면서 정부는 국민 정서를 수용해 67년 만에 '설날'이라는 이름을 완전히 되찾아 주었다.

이 조치로 인해 설날은 명실상부한 민족 최대의 명절로 자리매김했다. 흩어졌던 가족이 고향으로 모여 차례를 지내고 덕담을 나누는 행위는 단순히 과거를 답습하는 것이 아니다. 이는 각박한 현대 사회에서 혈연의 정을 확인하고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는 문화적 치유의 과정이기도 하다.

1989년의 설날 부활은 국가 권력이 국민의 생활 관습과 정서를 통제할 수 없음을 보여준 사건이었다. 마침내 '구정'이라는 일제의 잔재를 지우고, '설날'이라는 아름다운 우리말과 함께 민족의 새로운 미래가 시작됐다.

acene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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