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착시에 빠진 대중문화산업 …"성장 사다리와 공정경쟁이 절실"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1월 24일, 오전 08:09

2025 대중문화예술산업 실태조사 보고서 일부

대중문화예술산업의 매출과 고용이 소수 대형 기획사에 집중돼 다수의 중소업체는 매출 정체와 노동 환경의 악화를 겪는 '성장 착시'에 빠졌다는 진단이 나왔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 23일 발표한 '2025 대중문화예술산업 실태조사 보고서'에서다.

이 보고서는 법정 통계인 '대중문화예술산업 실태조사' 결과를 ㈜메트릭스(프로젝트 매니저 이영미)가 분석했다. 대중문화예술산업 전체 매출은 15조 3845억원으로 2022년 대비 약 34.5% 늘었다. 겉으로만 보면 '역대 최대 규모의 성장'이지만 이 수치만으로 산업 전반의 건강성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대중문화산업은 지금 '성장착시'에 빠져 있다. 연구자들은 상장사와 대형 기획사를 중심으로 매출과 이익, 고용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전체 통계는 크게 개선됐지만, 중소·영세 사업체 상당수는 매출 정체나 역성장, 인력 감축을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2025 대중문화예술산업 실태조사 보고서

실태조사에 참여한 사업체의 응답을 보면, 매출이 늘었다고 답한 집단은 주로 규모가 큰 사업체였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신규 아티스트 데뷔와 해외 진출 확대, 온라인 플랫폼 수익의 증가 등에 힘입어 매출과 고용을 동시에 키웠다.

반면 종사자 수가 적고 프로젝트 단위로 움직이는 소규모 사업체에서는 적자 지속, 투자 위축, 외주 의존의 심화로 성장 전략을 세우기조차 어렵다는 응답이 적지 않았다. 연구자들은 이런 격차가 산업 내부의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노동 환경도 불길한 지표가 여럿 드러났다. 대형 기획사와 주요 제작사에서는 표준전속계약서와 서면계약이 안착하고 근로조건이 개선되는 흐름이 확인됐다. 그러나, 프리랜서 스태프나 연습생, 단기 계약직이 몰린 현장에서는 과중한 노동과 소득 불안, 상시적인 이직 위험이 여전히 문제로 지적됐다. 연구자들은 많은 종사자가 자신의 노동시간과 수입이 산업의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고 느꼈다.

심층 인터뷰(요약)에는 적나라한 현실이 드러난다. 구성작가 A씨는 "초기부터 인맥에 의존해 일을 시작하는 구조로 기회 불균형과 악순환의 반복"이라고 했다. 연주자 B씨는 "연주자가 급여를 회사에 직접 청구할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감독이 지급하지 않으면 수익을 전혀 받을 수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또다른 연주자 C씨는 "국립극장 등 대형 공연에서도 연출자의 돌려막기로 일부 팀만 수익을 지급받고 나머지는 미지급 사례가 빈번하다"고 덧붙였다.

정부도 이런 관행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스튜디어 녹음 스태프 D씨는 "국가가 행사를 갑자기 취소하면 연계 공연과 지방 행사들이 줄줄이 취소기 때문에 단기 수익에 의존하는 라이브 음향업체나 지방 아티스트는 큰 피해를 입는다"며 "문화에술계 종사자들의 희생이 과도하다"고 말했다.

2025 대중문화예술산업 실태조사 보고서

대안은 '성장 사다리'다. 성장 착시를 줄이기 위해 대형 기획사와 중소 사업체를 잇는 다양한 정책들이 바로 '성장 사다리'다. 구체적으로, 일정 규모 이상으로 성장한 기업이 중소 사업체와 음악·영상 제작, 인력 양성, 해외 진출 등에서 협업하고, 정책은 이들이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과 규제의 균형을 맞추는 방향으로 설계해야 한다는 취지다.

아울러 연구자들은 단순 매출 규모뿐 아니라 사업체 분포, 고용 구조, 노동시간과 소득, 계약 공정성 등의 구조적 지표를 함께 보는 방식으로 평가 체계를 다듬어야 한다고 희망했다.

이제 최휘영 문체부 장관의 말대로 지금까지와는 다른 시각으로 접근해야 할 때다. 화제성 높은 몇몇 스타와 상장사의 실적에만 주목할 것이 아니라, 다수 중소 사업체와 현장 노동자의 현실을 함께 보는 시각 전환이 필요하다. '매출 15조원'이라는 큰 숫자 뒤에 어떤 구조와 아픔이 놓여 있는지를 살피고 개선해야 하는 정책을 빠르게 펼칠 때다.

한편, 이번 조사는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에 근거한 공식 조사다. 2015년 처음 시작된 이후 2년에 한 번씩 진행하고 있다. 2025년 조사는 대중문화예술기획업과 제작업을 합한 사업체 6760개, 그리고 한국예술인복지재단 협조로 모은 명단을 토대로 뽑은 대중문화예술 종사자 1907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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