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진 안무가 "'일무' 수상 비결은 탁월한 미장센과 극적인 안무"

생활/문화

이데일리,

2026년 1월 28일, 오후 05:35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일무’가 수상할 수 있었던 비결은 정구호 연출의 탁월한 색감과 미장센, 정중동의 ‘정’과 ‘동’을 오가는 극적인 안무 대비였어요.”

무용계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베시 어워드’에서 수상의 영예를 안고 금의환향한 서울시무용단 ‘일무’에 대해 정혜진 서울시무용단 단장은 “수상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요소를 두 가지로 봤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혜진 안무가가 28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서울시무용단 ‘일무’ 베시 어워드 수상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서울시무용단의 ‘일무’는 지난 20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열린 세계적 권위의 ‘베시 어워드’에서 안무가 정혜진·김성훈·김재덕이 ‘최우수 안무가·창작자’ 부문을 수상했다. 뉴욕에서 공연한 무용 작품 중 가장 혁신적인 작품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특히 이스라엘의 세계적인 안무가 호페시 쉑터, 미국 차세대 안무가 카일 마셜 등 쟁쟁한 후보를 제치고 수상의 영예를 안아 더욱 주목받았다. 한국 국공립 예술단체가 수상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28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아티스트라운지에서 열린 ‘일무’ 베시 어워드 수상 기념 간담회에서 정 단장은 “한국 무용이 발레, 현대무용에 비해 주목받지 못했던 점이 늘 아쉬웠다”며 “이번 수상이 한국 무용의 저변을 넓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일무’는 국가무형유산이자 유네스코 세계인류무형유산인 ‘종묘제례악’의 의식무(儀式舞)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2022년 초연에 이어 2023년에는 뉴욕 링컨센터 무대에 올라 현지의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냈다.

정 단장의 절제된 한국무용 미학에 김성훈·김재덕 안무가의 현대적 감각이 어우러진 작품이다. 여기에 정구호 연출가의 강렬한 미장센이 더해지며, 전통과 현대의 경계를 허문 수작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정 연출은 “동양적인 고요함과 서양의 가장 동적인 요소들이 묘하게 합쳐진 작품”이라며 “전통을 전통으로만 재현하지 않고, 안무와 음악 전반에서 현대적으로 풀어낸 점이 해외 관객에게 설득력을 가졌던 것 같다”고 말했다.

2024 대한민국 국가브랜드 대상 수상에 이어 베시 어워드까지 거머쥐며, 국내를 넘어 해외 무대에서도 예술성을 인정받았다.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은 “뉴욕 공연 당시 3일 연속 매진이 됐다”며 “공연이 끝난 뒤 모든 관객이 일제히 일어나 기립박수를 치는 순간 소름이 끼쳤다”고 회상했다.

수상 이후 국내외에서 공연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 안 사장은 “현재 해외 공연을 논의 중인 곳이 2곳 정도 있고, 지방에서의 공연 요청도 쇄도하고 있다”며 “앞으로 해외 공연 요청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두 안무가는 한국 무용이 세계로 뻗어 나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성훈 안무가는 “K문화가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시점에 상을 받은 것이 의미 있는 타이밍이었다”며 “이번 수상을 계기로 더 많은 이들에게 한국 무용을 선보일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재덕 안무가는 “전통을 현대화하는 과정에서 지금 우리가 만드는 해석이 미래의 전통이 될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해왔다”며 “그런 의미에서 ‘일무’는 매우 뜻깊은 작업이었다”고 말했다.

28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서울시무용단 ‘일무’ 베시 어워드 수상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정구호(왼쪽부터) 연출, 정혜진, 김성훈, 김재덕 안무가,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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