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 항생제 썼는데 사망 위험 2.5배…MRSA '숨은 내성'이 갈랐다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1월 28일, 오후 06:01

김용균 한림대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왼쪽) 김양수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교수, 댄 알데르손 스웨덴웁살라대학교 교수, 니콜라오스 카발로프올로스 스웨덴웁살라대학교 연구원(한림대의료원 제공)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알균(MRSA) 혈류감염 환자에서 표준 치료제인 반코마이신을 사용했음에도 치료가 실패하고 사망 위험이 급증하는 이유가 국내 대규모 연구를 통해 확인됐다. 기존 검사에서는 '감수성'으로 분류됐지만, 실제로는 일부 균이 살아남는 '이형내성'이 존재할 경우 90일 사망 위험이 2.5배 이상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김용균 한림대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와 김양수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교수 연구이 지난 2008년부터 2023년까지 MRSA 혈류감염 성인 환자 842명을 평균 15년간 추적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MRSA는 세계보건기구(WHO)가 항생제 내성 우선순위 병원체로 지정한 균으로, 일반적인 페니실린이나 세팔로스포린 계열 항생제가 듣지 않는다. 특히 혈액을 통해 전신으로 퍼지는 MRSA 혈류감염은 패혈증과 장기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어 사망률이 높다. 현재 임상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치료제는 반코마이신이지만, 적절한 용량을 사용해도 균이 사라지지 않는 사례가 반복적으로 보고돼 왔다.

연구팀은 원인을 '이형내성(heteroresistance)'으로 봤다. 이형내성은 전체 균 집단은 항생제에 반응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 소수의 균이 더 강한 내성을 가져 살아남는 현상을 말한다. 표준 최소억제농도(MIC) 검사로는 이런 소수 균을 구별하기 어렵다. 반코마이신에 이형내성을 보이는 MRSA는 'hVISA(heteroresistant vancomycin-intermediate Staphylococcus aureus)'로 불린다.

연구팀은 MRSA 혈류감염 환자에서 분리한 모든 균주를 대상으로 ‘PAP–AUC(Population Analysis Profile–Area Under the Curve)’ 검사를 시행했다. 이 검사는 균 집단 전체의 항생제 반응을 곡선으로 분석해, 소수의 내성 아형이 존재하는지를 정밀하게 확인하는 방법이다. 다만 검사 과정이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려 그동안 연구 목적 외에는 널리 사용되지 못했다.

분석 결과, 전체 환자 중 22%에서 hVISA가 확인됐다. hVISA 자체만 놓고 보면 90일 사망률은 일반 MRSA보다 오히려 낮았다. 연구진은 이형내성 균이 세포벽을 두껍게 만드는 등 생존 전략을 택하는 대신 증식 속도가 느려져 독성이 낮아질 가능성을 원인이라고 봤다.

그러나 치료 전략을 함께 고려하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hVISA 환자에게 반코마이신을 계속 투여한 경우, 90일 이내 사망 위험은 다른 환자군보다 2.5배 이상 높아졌다. 균혈증 지속 기간은 평균 1.8일 길어졌고, 치료 후 90일 이내 재발 위험은 약 5배 증가했다. 즉, 문제는 '이형내성 자체'가 아니라, 이형내성을 가진 균을 반코마이신으로 치료했을 때 발생하는 치료 실패였던 셈이다.

연구팀은 치료 초기부터 고위험군을 가려낼 수 있는 기준을 찾기 위해 추가 분석을 진행했다. 그 결과 PAP–AUC 값이 0.65를 넘는 경우 90일 사망 위험이 유의하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에 사용되던 기준값(0.91 이상)은 임상 결과와 직접 연결되지 않았던 반면, 이번 연구에서 제시한 0.65 기준은 실제 사망률과 연관된 최초의 '임상 기반 절단값'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김용균 교수는 "표준검사에서는 반코마이신에 감수성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일부 균이 살아남아 치료를 방해하는 경우가 있다"며 "이번 연구는 이런 숨은 내성이 환자 예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대규모 자료로 입증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PAP–AUC 기준을 활용하면 치료 초기부터 반코마이신을 계속 사용할지, 다른 항생제나 병합 치료로 전환할지를 보다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항생제 사용 이력과 병원 내 감염 여부도 hVISA 발생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음을 확인했다. 이전에 항-MRSA 항생제를 사용했거나 반코마이신에 노출된 환자, 병원에서 감염된 경우 hVISA 위험이 크게 높았다. 특히 반코마이신 MIC가 1mg/L 증가할 때마다 hVISA 발생 위험은 15배 이상 증가했다.

다만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관찰 연구라는 특성상 치료 전략과 사망 간의 인과관계를 단정할 수 없고, 연구 기간 반코마이신 용량 전략과 대체 항생제 환경이 변화했다는 점은 한계로 판단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 지난해 12월 호에 게재됐다.

rn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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