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호제의 먹거리 이야기] 집밥과 구내식당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1월 29일, 오전 06:30

전호제 셰프

1월 들어 식당의 점심 매출이 줄어들었다. 마치 코로나 방역 기간을 떠올리게 할 정도였다. 바로 앞 회사에서 구내식당 운영을 시작하면서 매출 감소가 눈에 보였다. 점심 1만 원이 기준선이 된 것 같다. 이 금액이면 구내식당에선 식사와 커피까지 가능하다. 식당을 찾는 손님들이 원하는 방향을 찾아야 했다. 짬을 내어 구내식당의 경쟁력을 알아보기로 했다.

구내식당으로 운영으로 줄어든 점심 매출
구내식당의 위치는 생각보다 많은 곳에 분포돼 있었다. 형태도 다양하고, 생각보다 많은 공기업이나 관공서 구내식당이 일반인에게 열려 있다. 노인분들이 많은 구청 식당이 있는가 하면 요즘 핫한 성수동에는 30~40대 이용자가 많았다.

필자는 주로 시청, 역삼, 서대문, 양재 등 오피스가 많은 지역의 구내식당을 중심으로 돌아보기로 했다. 대부분 큰 기업이 운영하는 장소는 입장 시간만 잘 맞추면 별다른 어려움 없이 식사할 수 있었다. 구내식당의 특성상 운영시간이 짧은 만큼 회전율이 높아야 일정 수준의 매출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시청 구내식당에서 2026년 병오년(丙午年) 새해를 맞아 떡국을 나눠주고 있다. /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많은 공공기관에서 일반에 구내식당 개방
이런 구내식당이 있는 곳 주변에서는 가볼 만한 점심 상권을 찾기가 어려웠다. 일단 고층 건물이 즐비한 곳은 일반식당이 들어올 만한 입지가 부족하다. 구내식당이 성업 중인 상권에서는 일반식당의 경쟁력이 많이 떨어지는 이유도 있을 것 같다.

식사는 대체로 맛이 좋았다. 합석이 기본이라 옆자리의 대화가 들리는 걸 빼면 큰 문제는 아니었다. 음식이 부족하면 더 먹을 수 있었고 식후 간단한 입가심으로 식혜, 녹차, 작은 도넛을 디저트로 제공하는 곳도 있었다.

풍부한 양에 비해 점심 가격은 꽤 저렴하다. 일반회사는 9000원이었고 구청이나 관공서 구내식당은 6000원인 곳도 있었다. 식사의 질은 제각각이었지만 관공서의 경우 경제적 자립도가 높은 구청에서 더 나은 식사를 제공하고 있는 듯 보였다.

6000~9000원 정도로 점심 해결할 수 있어
식사 종류가 양식, 한식으로 나뉘어져 있는 곳도 있어 좋았다. 결제 과정을 작은 카드 결제기로 놀랍게 빨리 진행하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무인 키오스크를 설치하지 않고도 카드만 넣으면 같은 가격이 결제되도록 하고 영수증을 생략하는 등 더 빠르게 식사가 가능하게 만든 곳이 눈에 띄었다.

요즘은 어린이집부터 시작해서 학교를 거쳐 군 생활까지 단체급식으로 한 끼를 해결하는 시대가 됐다. 집에서 먹는 밥이 점점 사라지니 구내식당이 따뜻한 집밥을 느낄 수 있는 보물 같은 장소가 됐다.

한 구내식당의 음식 사진. (필자 제공)

단체급식이 집밥을 대체하는 세상
대부분 건물의 지하에 위치한 구내식당은 처음 방문할 때는 찾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런 수고만 더하면 서울 시내에서 이 정도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다. 식사가 복지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세상이 됐고 기업형 단체급식이 보여주는 역할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5성급 호텔과 고층 건물이 가득한 지역에서도 8000원에 식사가 가능하다는 건 놀라웠다.

요즘엔 기업이 식당에서 쓰던 법인카드 매출이 많이 줄었다. 풍성하게 한턱 쓰던 문화가 사라지고 다시 소박한 집밥을 찾는 시대가 됐다. 쓸 때 쓰고 아낄 때 아끼는 소비문화에 따라 예전 하던 방식이 통하지 않는다. 바뀐 세상에 맞는 외식업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 된 것 같다.

opini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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