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윤 "달랐기에 고독했던 천재 '튜링'…결국 한 인간의 이야기"(종합)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1월 29일, 오후 05:49

배우 이상윤 © News1 권현진 기자

"튜링은 자신이 찾고자 했던 것과 그것에 끝내 닿지 못한 현실의 간극 때문에 외롭고 고독했던 인물이라고 느꼈어요. 그 고독은 동성애, 친구에 대한 마음, 기계에 대한 집중 등 다양한 형태로 표현되지만, 그 근간은 하나였죠. 튜링은 사람들과 함께 지내고 싶었던 사람이었습니다."
연극 '튜링머신'에서 주역을 맡아 열연 중인 이상윤(45)은 "이 작품은 결국 한 인간에 대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29일 서울 성동구 밀크 빌딩에서 열린 라운드 인터뷰에서다.

작품은 영국의 천재 수학자이자 동성애자였고, 말더듬이로 살아야 했던 앨런 튜링(1912~1954)의 삶을 그린다. 튜링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암호체계 '에니그마'를 해독해 약 1400만 명의 생명을 구하고 전쟁 기간을 단축한 숨은 영웅으로 평가받고 있다. 현대 컴퓨터 과학의 선구자이자 인공지능(AI) 개념을 처음 제시했으며, 기계가 지능을 갖췄는지 판별하는 '튜링 테스트'를 고안한 인물이기도 하다.

이상윤은 튜링이라는 인물에 대해 "그는 과학과 수학의 영역에서 누구보다 앞섰다"며 "그 '앞섬'이 역사적으로는 이상하게 취급받았던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성적인 면에서 실제 튜링이 어떻게 동성애자가 됐는지는 알 수 없다"면서도 "작품 속 튜링은 자신을 온전히 받아들여 준 거의 유일한 존재였던 친구 크리스토퍼를 잃은 뒤, 누군가와 교류하고 싶었던 마음이 다른 방식으로 표현된 것이 동성애로 드러난 게 아닐까 해석했다"고 덧붙였다.

튜링을 연기하며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에 대해서는 "우리 주변에 있는, 조금 다른 사람으로 그리고 싶었다"고 했다. 이상윤은 "자료를 찾아보면 '말더듬이, 사회성 부족' 같은 키워드가 나온다"며 "처음에는 나 역시 그런 인물인가 싶었지만, 파고들수록 그렇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말을 더듬는 순간은 누구나 당황하면 겪을 수 있는 일이고, 튜링은 유머러스하고 위트가 있었다는 주변 기록도 남아 있다"며 "'그는 달랐을 뿐, 이상한 사람은 아니었다"고 했다.

연극 '튜링머신' 이상윤(왼쪽) 공연 사진(크리에이티브테이블 석영 제공)


"4면 무대·대본 해석…매일 깨지며 연기"
이번 작품에서 가장 큰 도전으로는 '4면 무대의 활용'을 꼽았다. 사방으로 뚫린 무대는 작품에 대한 관객의 몰입도를 높이는 장점이 있지만, 배우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는 구조다.

이상윤은 "이런 무대는 처음이지만 압박감은 들지 않았다"며 "'어떻게 접근하면 효과적일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고 했다. 초연에 이어 이번에도 작품에 출연하는 이승주 배우의 움직임을 보며 배웠고, 무대가 디귿(ㄷ)자로 설계된 연극 '벙커 트릴로지'의 리허설도 보고 왔다고 덧붙였다.

무대에 설 때면 매번 깨지고 그만큼 성장한다는 그는 이번 작품에서도 "매일 깨지고 있다"고 털어놨다. "4면 무대 연기도 그렇고, 작품 해석 과정에서 연출님과 끝내 좁혀지지 않은 지점도 있었다"며 "'왜 이렇게 안 좁혀질까?' 싶기도 했지만 그만큼 의논을 많이 했다, 그 과정 자체가 또 하나의 '깨짐'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무대에 설 때마다 깨지는 지점이 점점 달라진다"며 처음에는 기본적인 부분에서 깨졌다면, 그다음엔 한발 더 나아간 지점에서 깨진다"고 했다. "그 덕분에 대본을 보는 눈도, 해석의 깊이도 점점 깊어지고 있는 것 같다"며 웃었다.

'앨런 튜링' 역은 이상윤·이동휘·이승주가 번갈아 연기한다. 튜링의 강도 사건을 둘러싼 '미카엘 로스', '휴 알렉산더', '아놀드 머레이' 역에는 이휘종·최정우·문유강이 이름을 올렸다. 연출은 '연극계 봉준호'로 불리는 신유청이 맡았다.

지난 8일 개막한 '튜링머신'은 오는 3월 1일까지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에스(S)씨어터에서 공연된다.

연극 '튜링머신' 이상윤(왼쪽) 공연 사진(크리에이티브테이블 석영 제공)


js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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