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재 정선' (창비 제공)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의 저자이자 국립중앙박물관 관장 유홍준이 25년 만에 '화인열전'을 전면 개정하며 시리즈의 첫 권을 펴냈다. 올해 겸재 탄생 350주년을 맞아 출간된 이 책은 조선 진경산수화의 개척자 정선의 삶과 예술을 인문학적 시선으로 재조명한다.
유홍준은 겸재의 예술 여정을 모색기(60세 이전), 확립기(60대), 원숙기(70대 이후)로 구분한다. 놀라운 점은 겸재가 오늘날의 은퇴 연령인 60세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청년 같은 활력으로 전성기를 맞이했다는 사실이다.
겸재는 20~30대에는 고전을 성실히 방작하며 기초를 다졌고, 70대에 이르러 국보인 '인왕제색도'와 '금강전도' 같은 불멸의 명작을 남겼다. 저자는 이를 두고 "고전을 통과한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대기만성형의 힘"이라 평가한다.
겸재는 중국 화보를 베끼던 관념 산수에서 벗어나 우리 산천을 직접 발로 뛰며 그리는 '진경산수'를 창안하고 완성했다. 특히 76세에 그린 '인왕제색도'는 빗물이 씻겨 내려간 바위의 질감을 '중묵의 찰필'로 구현하며 조선 회화의 정점을 찍었다.
저자는 겸재가 당대 지식인들의 자부심과 인문 정신을 담아낸 'K-컬처'의 원형임을 강조한다. 이를 위해 '화가'(畵家) 대신 '화인'(畵人)이라는 표현을 고집한다. 이는 예술이 곧 삶의 일부였던 선조들의 태도를 기리기 위함이다.
이번 시리즈는 겸재를 시작으로 김명국, 김홍도, 이인상 등을 거쳐 추사 김정희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한국 미술사의 정수를 대중적인 필치로 엮어낸 이 책은 우리 문화의 뿌리를 찾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명쾌한 길잡이가 되어준다.
△ 겸재 정선/ 유홍준 글/ 창비/ 2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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