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리만자로 등반 성공한 최초의 시각장애인…전 세계 누빈 여행가

생활/문화

이데일리,

2026년 2월 03일, 오전 08:43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우리는 세계를 설명할 때 흔히 ‘보다’라는 말을 사용한다. 일상도, 여행도 시각을 중심으로 인식해온 결과다. 하지만 여덟 살에 시력을 잃은 차오성캉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세계와 연결되기 시작했다. 부모의 만류로 집 밖 출입이 금지됐던 어린 시절, 그는 담을 넘는 탈출을 반복하며 세상으로 나아갔다. 이러한 모험심은 성인이 되어서도 이어져 중국 국경을 넘는 여행으로 확장됐다.

넘어지고 구르며 도전한 6대륙 35개국 여정을 담은 ‘나는 킬리만자로 정상에 오른 시각장애인입니다’(산지니)가 출간됐다. 안마사로서 마사지숍 여러 지점을 운영하던 저자는 주식 투자 실패로 큰 손해를 보며 가게를 잃었고, 연인과도 이별했다. 삶의 기반이 무너진 그는 깊은 절망 끝에 죽음을 결심하고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여행을 떠난다.

이후 여행은 그의 인생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그는 광둥성 장애인 체육대회 200m 단거리 달리기 동메달리스트, 중국 최초 시각장애인 윈드서핑 선수, 중국 최초 시각장애인 여행가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세계 6대륙 35개국을 여행하고 킬리만자로 정상까지 올랐다.

저자는 시각 대신 청각·촉각·후각·미각으로 세계를 만난다. 라싸 칭하이 호수의 차갑고 미끄러운 물을 손으로 느끼고, 황금빛 유채꽃밭의 짙은 향으로 계절을 읽는다. 배가 고프면 음식 냄새를 따라 식당에 들어가 먹는 시늉으로 주문하고, 세계 각지의 음식을 후각으로 먼저 맛본 뒤 미각으로 음미한다. 그의 기록은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시각 중심적 사고를 흔들며, 세계가 ‘보는 것 이상으로 풍부하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여행의 든든한 동반자는 ‘안마 기술’이다. 그는 세계 곳곳에서 마사지사로 일하며 여행 경비와 딸의 학비, 가족에게 보낼 생활비를 마련한다. 안마 기술은 홀로 여행하는 시각장애인을 꺼리던 숙소 주인의 경계를 허무는 수단이 되기도 했고, 여행 중 도움을 준 이들에게 보답하는 방식이 되기도 했다. 기술만 착취하고 인간적으로 대우하지 않거나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업주를 만나 고생을 하기도 했지만, 안마 기술 없이는 그의 여행이 완성될 수 없었음은 분명하다.

여정의 마지막 목적지는 킬리만자로였다. 현지인의 만류와 염려 속에서도 그는 가이드와 함께 등반을 시작했다. 몇 걸음 떼지 못하고 넘어지기를 반복했고, 동상과 고산병의 위험을 견뎌야 했다. 끝내 킬리만자로 등반에 성공한 그는 “나는 세상을 볼 수 없지만 세상은 나를 볼 수 있다”며 “아름다운 풍경은 보지 못해도, 누군가의 눈에 잊히지 않을 풍경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의 여행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오늘도 그는 길 위에서 새로운 감각으로 세계와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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