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연적 1인 가구 시대…"독립이 고립이 되지 않도록 고민할 때"

생활/문화

이데일리,

2026년 2월 04일, 오전 05:10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인간은 서로를 필요로 한다’는 만고의 진리가 요즘은 너무 쉽게 외면받는 것 같아요.”

1인 가구 연구자인 김수영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혼자서도 잘 살 수 있다’는 말은 사회 시스템이 일정 수준 갖춰졌을 때만 성립하는 이야기”라며 이같이 밝혔다.

김 교수는 2019년부터 1인 가구를 연구해 최근 ‘필연적 혼자의 시대’(다산초당)를 출간했다. 지난 6년간 109명의 1인 가구를 만나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고, 그 중 56명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그는 최근 이데일리와 진행한 서면인터뷰에서 “우리가 얼마나 사회 환경에 좌우되는 존재인지, 홀로 선 삶이 생각보다 얼마나 취약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다”며 “인간의 ‘상호의존성’이라는 가치를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수영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사진=다산북스).
◇자아 중심 사회서 후순위로 밀려난 가족형성

‘필연적 혼자의 시대’는 1인 가구가 보편이 된 한국 사회의 본질을 사회 구조적 관점에서 분석한 책이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1인 가구는 1012만 가구를 넘어섰다. 전체 2412만 가구 중 42%가 혼자 사는 세대란 얘기다. 이제 ‘나 혼자 산다’를 넘어 ‘다 혼자 산다’라는 말이 과언이 아닌 시대다.

책은 1인 가구를 하나의 생활 유형이나 개인의 선택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과거에는 ‘졸업→취업→결혼→출산’으로 이어지는 삶이 당연하게 여겨졌다면, 오늘날 청년들은 어학 점수, 자격증, 해외 경험 등 각종 스펙을 쌓아야 하는 치열한 취업 경쟁에 내몰리고 있다. 평생 커리어를 관리해야 하는 환경에서 결혼과 가족 형성은 자연스럽게 후순위로 밀린다. 결국 비혼과 1인 가구는 경쟁적인 후기 자본주의 사회를 누구보다 성실하게 살아낸 개인이 마주하게 된 ‘필연적 결과’라는 게 김 교수의 분석이다.

그는 “자아가 중심이 된 사회에서 가족을 구성하라는 요구는 시대를 거스르는 것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다”며 “강한 가족주의를 부담으로 인식하는 젊은 세대가 늘어나면서 한국의 1인 가구 증가 속도는 다른 나라보다 더 가파를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수영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사진=다산북스).
◇“혼자의 시대, 필요한 건 제3의 공간”

김 교수가 109명의 1인 가구를 만나며 확인한 현실은 기존의 통념과는 다른 부분이 많았다. 혼자 사는 만큼 여가시간에는 쉬고 놀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이들은 퇴근 이후와 주말에도 일을 하거나 자기계발에 시간을 할애했다.

소득이 높을수록 행복할 것이란 예상도 빗나갔다. 김 교수가 인터뷰한 고소득 1인 가구들은 성장을 중시하며 관계에서도 목적과 조건을 따지는 경향이 강했고, 그 결과 우울과 고립 정도가 높았다. 또 다인 가구와 달리 바쁜 일정 속에 외식이나 배달 음식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 식생활의 질이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1인 가구로 사는 김 교수는 연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일상적 행동들을 다시 바라보게 됐다고 했다. 청소가 힘들었던 이유, 심리상담·동기부여 영상을 자주 찾아보던 모습이 인터뷰 참여자들의 경험과 닮아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참여자들이 겪는 번아웃과 정서적 공백이 내 삶과 겹쳐 보였다”며 “한 개인의 삶이 거대한 시대적 흐름 속에 놓여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며 무력감도 느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무력감은 곧 새로운 희망으로 이어졌다. 김 교수는 “사회 시스템은 인간의 의지가 만들어낸 결과물이며, 그 방향을 어떻게 설정할지는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라며 “독립이 고립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집과 직장만 오가는 삶을 넘어 누구나 편하게 머물 수 있는 ‘제3의 공간’, 즉 공동체적 장소를 늘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가족 형태와 관계없이 주거 지원을 강화해 삶의 공간을 넓혀야 한다는 것이다. 그가 책에서 일본의 고령자 공동주택, 쉐어하우스 등을 언급한 이유다. 김 교수는 “혼자 살 수 있는 조건은 사회가 조성해주는 것”이라며 “개인의 의지와 노력, 능력만으로는 삶을 유지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자각하는 데서 변화는 시작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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