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관광 키워드는 '레드 유니콘'…"관광객 3천만 함정서 벗어나라”

생활/문화

이데일리,

2026년 2월 04일, 오전 06:02

한국관광학회가 선정한 10개 트렌드 ‘레드 유니콘’(RED UNICORN) (사진=제미나이 제작)
[이데일리 이민하 기자] “이제 ‘몇 명이 왔느냐’는 낡은 질문은 버려야 할 때입니다.”

지난달 29일 서울 강남에서 열린 한국관광학회 신년 간담회에서 관광학계 전문가 210명이 내놓은 진단은 매서웠다. 방한 외래 관광객 3000만 유치라는 장밋빛 목표 뒤에 숨은 ‘양적 성장의 한계’를 직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 학계 전문가들은 올해 관광 시장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로 ‘레드 유니콘’(RED UNICORN)을 제시했다. 관광이 단순한 여가 활동을 넘어 소멸해가는 지방을 살리고 국가 산업 구조를 재편하는 ‘최후의 보루’가 되어야 한다는 절박함이 담긴 키워드다.

허준 동덕여대 글로벌마이스융합전공 교수가 지난달 29일 서울 강남 아난티 앳 강남에서 열린 한국관광학회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2026년 한국관광 발전 핵심 트렌드 ‘RED UNICORN’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민하 기자)
학계가 꼽은 가장 시급한 과제는 ‘지역 재생’(Regenerating Local Ecosystems)이다. 수천억 원을 들이고도 애물단지로 전락한 출렁다리, 박물관 개발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개발’ 대신 고유의 매력과 경제 생태계를 복원하는 ‘재생’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지방소멸 위기 극복의 해법 중 하나인 ‘관계인구’에 대해서도 주목했다. 일하면서 휴가를 보내는 워케이션족, 지역 문화를 콘텐츠로 만드는 로컬 크리에이터, 지역에 애정을 갖고 장기 체류하는 여행객들이 대표 사례다. 허준 동덕여대 글로벌마이스융합전공 교수는 “과거처럼 관광지를 그대로 보존하는 데 그치지 말고, 관광을 통해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고 경제를 회복시켜야 한다”며 “수익성이 낮아 민간 기업이 들어가기 어려운 지역도 이런 단골 방문객을 확보하면 다시 살아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혁신은 인식과 시각을 완전히 바꾸라고 주문했다. 기술을 도입과 활용에 있어서 외국인 관광객이 어디에 가더라도 불편함을 겪지 않고 ‘끊김 없는’ 여행 환경 구축에 집중하라는 조언도 더했다. 전문가들은 “AI(인공지능)는 전면에 드러나는 주인공이 아니라 여행객의 모든 불편을 뒤에서 조용히 해결해주는 인프라가 돼야 한다”고 봤다.

미식, 웰니스, 스포츠, 공연, 예술 등 다양한 분야와의 ‘융복합’(Convergence)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봤다. 관광이 독자 생존할 수 있는 시대는 끝난 만큼 다양한 산업과의 경계를 허무는 융복합 시도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원석 관광학회장이 지난달 29일 서울 강남 아난티 앳 강남에서 열린 한국관광학회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2026년 한국관광 발전 핵심 트렌드 ‘RED UNICORN’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민하 기자)
올해가 관광 산업의 체질을 바꿀 마지막 ‘골든타임’이라는 진단도 내놨다. 지금처럼 숫자에만 집착했다가는 관광객이 늘어도 지역 경제는 침체하고 산업 성장은 정체되는 ‘풍요 속 빈곤’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다. 서원석 한국관광학회장은 “관광은 다양한 산업과 결합해 새로운 가치 창출이 가능한 플랫폼 산업”이라며 “기업과 정부, 지자체가 칸막이를 허물고 협력하는 개방형 혁신 만이 한국 관광을 세계 시장의 ‘유니콘’으로 키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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