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서는 아무것도 안 보여…지금 네가 맨 앞이야"…이문재 7번째 시집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2월 05일, 오전 08:30

[신간] '꿈을 꾸게 하는 꿈이 있다'

이문재 시인이 5년 만에 7번째 시집 '꿈을 꾸게 하는 꿈이 있다'를 내놓았다. 시집 '꿈을 꾸게 하는 꿈이 있다'는 타자를 바라보는 눈동자, 바람이 없어도 도는 바람개비, 초연결 시대의 '재연결' 같은 장면을 통해 관계·기억·생태의 감각을 다시 세운다.

시집은 '우리가 더 나은 내일을 상상하지 못할 만큼 망가지지는 않았다'는 자문에서 출발한다. 시인은 우리 안의 '시의 마음'을 깨워 일상을 새로 연결하자고 제안한다. 새순이 "무서워요"라고 떨 때 줄기와 뿌리가 "지금 네가 맨 앞"이라고 응답하는 새봄처럼, 낡은 두려움 위로 삶을 다시 올려 세우는 장면이 첫 감각을 만든다.

관계의 윤리는 눈동자에서 시작한다. "눈동자를 바라본 적이 언제였는지"를 자문하는 화자는 전화를 걸지 못한 채 엄마의 전화기를 붙들고 "보름달 보이지" "그래, 보여"로 마음의 거리를 줄인다. 만남은 물리적 접촉을 넘어서 우리 눈빛이 지금 저 달에서 만나는 순간으로 확장된다.

두려움 앞에서 멈추지 않기 위한 장치로 시는 스스로 바람이 된다. "바람이 없어도/앞으로 달려 나가는 바람개비"(시 바람개비)는 부재와 결핍을 탓하지 않고 자기 힘으로 거센 흐름을 일으킨다. 개인의 결단이 공동의 바람으로 번지는 상상, 그것이 이 시집의 윤리이자 실천이다.

시인의 기억과 애도의 감각은 국경을 넘는다. 매년 11월 '죽은 자의 날'에 산 자와 죽은 자가 함께 잔치를 여는 페루의 장면이 '죽은 자의 날'에 담긴다. 고인의 사진을 모시고 한날한시에 만나는 의례는 '먼저 떠난 자와 나중에 따라갈 자'를 같은 자리로 불러낸다. 이처럼 이문재의 시는 사적인 상실을 넘어 공적인 추모의 형식을 복원한다.

시집의 중심에는 '재연결'의 요청이 있다. 초연결 사회에서 "한 걸음 물러나 재연결하라"는 '식물의 말'은 인간·비인간, 도구·기술, 시간·공간·감정까지 다시 잇자고 말한다. 연결은 소비와 과속이 아니라, 관계의 감각을 되찾는 느린 기술이어야 한다는 메시지다. 이는 생태의 언어이자 정치의 언어다.

시인은 자전적 기억을 통해 공공성을 촘촘히 다듬는다. '엄마 전화기', '백모란'의 외할머니, '월남에서 돌아온 말 없던 막내 삼촌' 같은 얼굴들이 조용히 등장하고, '커피를 꿀꺽', '경전철', '포장 이사' 같은 일상의 사물·장면에서 생각을 펼친다. 작은 사물에 깃든 존중이 세계를 재구성한다.

나희덕은 발문에서 이문재의 시 세계를 "인형 속 인형처럼" 증식하는 사유로 읽어 낸다.
이 시집은 타자와 세계를 향한 시적 행위이자 서로의 그늘에 머물러 빛을 나누자는 공동의 서약이기도 하다.

△ 꿈을 꾸게 하는 꿈이 있다/ 이문재 지음/ 문학과지성사/ 1만 2000원

ar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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