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지방을 살린 '신의 한 수'…지역공항 활용한 관광 대국 실현

생활/문화

이데일리,

2026년 2월 06일, 오전 08:18

일본 시즈오카현 동부의 후지노미야에서 본 후지산
[이데일리 김명상 기자] 지난해 약 4268만 명의 외래관광객을 유치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일본. 성장의 주요 배경 가운데 하나는 지방공항을 활용한 인바운드 정책이 꼽힌다.

야놀자리서치가 발표한 ‘일본 관광대국의 초석이 된 방일유객지원공항사업’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은 공항 정책을 통해 외래객 분산과 지방 체류 확대를 동시에 이뤘다. 2017년부터 시행한 ‘방일유객지원공항’ 사업이 주효했다. 이는 지역공항을 단순 교통 인프라가 아니라 관광 유입 거점으로 재정의하고 국제선 유치와 노선 확대를 지원하는 정책이었다.

방일유객지원공항사업
◇지방 체류객 확대, 일본 관광 비전의 핵심

야놀자리서치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3월, 일본 내각부는 중장기 국가 전략인 ‘내일의 일본을 지탱하는 관광 비전’을 수립했다. 관광을 저출산·인구감소로 인한 지역경제 약화를 보완하는 핵심 성장 엔진으로 규정한 것이 골자다.

사업 시행 전인 2015년 당시 일본 전체 외국인 입국객 중 지방공항을 통한 입국 비중은 약 5.4% 수준이었다. 외국인 수요가 나리타, 하네다, 간사이 등 소수 대형 공항에 과도하게 집중된 구조를 개선하지 않고는 지방 체류 확대라는 정책 목표 달성이 구조적으로 제약될 수밖에 없다는 문제의식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재정 지원으로 국제선 문턱 낮춘 구조

‘방일유객지원공항’ 사업은 △신규 취항 및 증편 지원 △공항 수용 환경 정비 △관계부처 연계를 통한 종합 지원의 세 축으로 구성된다.

방일여객지원사업 선정공항 (자료=야놀자리서치)
일본은 해당 제도를 통해 국가관리공항 국제선 착륙료 50% 이상 감면, 지방관리공항 국제선 착륙료 3분의 1 보조 등으로 신규 취항과 증편 비용을 낮췄다. 신규 노선 개설·증편 시 발생하는 발권 카운터 설치·사용료, 지상조업, 제빙 비용의 3분의 1을 최대 3년간 보조하고, 대기 공간·수하물 처리 시스템·보딩브리지·공항 내 버스 등 여객 처리 시설에는 사업비의 3분의 1을, CIQ 시설에는 절반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사업은 중앙정부, 항공 행정, 지방정부, 지역 DMO가 역할을 나눠 수행하는 다층 거버넌스 속에서 운영됐다. 국토교통성과 민간항공국은 제도 설계와 예산, 노선 면허, 착륙료 감면, CIQ 및 운영비 지원을 담당했고, 관광청과 일본정부관광국은 다국어 안내, 와이파이·2차 교통 정비, 해외 세일즈·PR, 상품 개발, 데이터 분석과 컨설팅을 맡아 항공 인프라와 관광 수요를 하나의 정책 체계로 묶었다.

◇日 27개 공항, 실적·잠재력 따라 유형 분류

사업 첫해 일본 정부는 도쿄(하네다·나리타), 오사카(간사이), 후쿠오카 등 허브공항을 제외한 공항 중 27개소를 방일유객지원공항으로 지정했다. 이 공항들을 국제선 실적과 성장 가능성에 따라 △확대지원형 19개소 △지속지원형 6개소 △육성지원형 2개소로 구분해, 한정된 재원을 성과 가능성이 높은 공항에 전략적으로 배분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일본 국토교통성은 외부 전문가 8인으로 ‘인바운드 지원공항 선정 협의회’를 구성해 방일유객지원공항을 연차별로 평가했다. 해당 평가는 △방일 외국인 여객 수 △국제 정기편 수 등을 핵심 정량 지표로 삼아 계획 대비 달성도를 점검하고, S·A·B·C 4단계 등급으로 나누되 와이파이 환경, 2차 교통, 환대 공간, 광역 연계, 지상조업 안정성, 타깃 시장 분석, 재해 대응 체계 등 정성 요소까지 반영했다.

일본 일부 공항의 외국인 입국객수·숙박일수 추이 (자료=야놀자리서치)
사업 2년차인 2018년 사가·마쓰야마·요나고·구마모토 등이 S등급을 받았고, 이들 공항이 지역 제약을 출발점으로 접근성과 이동, 수요 창출, 광역 연계 같은 병목을 선제적으로 해소했다.

규슈 사가공항은 접근성과 이동 편의성 한계를 과제로 삼고 후쿠오카 시내-사가공항 직행버스를 신설하고 1일 1000엔 저비용 렌터카를 도입해 ‘도착 이후 이동 불편’을 줄였고, 그 결과 중국·태국 노선을 통한 외국인 입국자가 사업 시행 2년 만에 약 두 배로 늘었다.

시코쿠 마쓰야마공항은 지자체 주도의 외항사 유치와 관광 수요 창출을 결합했다. 지자체는 아시아 지역 저가항공사(LCC)와 협약을 맺고 좌석점유율 70% 미달 시 손실을 보전하는 구조를 설계했다. 실제 탑승률은 85%를 기록해 보전금 지급 없이 노선이 안정화됐다, 마쓰야마의 외국인 숙박일수는 2024년 기준 2019년 대비 약 200% 증가했는데, 팬데믹 이후 확산된 ‘소도시 여행’ 수요와 맞물리며 빠른 회복과 성장이 이뤄졌다.

주고쿠 지방의 요나고 공항은 이웃한 이즈모 지역과 힘을 합쳐 공동체(컨소시엄)를 만들었다. 이들은 관광객들이 한 공항으로 들어와서 여행을 즐긴 뒤, 돌아갈 때는 다른 공항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오픈조(Open-jaw)’루트를 개발했다. 이 방식을 도입하면서 대만과 홍콩 노선의 탑승률이 80% 이상으로 높아졌고, 사업 전에는 연간 1만 8000명 수준이었던 외국인 입국자가 2배 넘게 늘어난 3만 9000명을 기록하게 됐다.

◇일본이 던지는 한국 지역공항의 과제

야놀자리서치는 보고서를 통해 일본 사례를 한국 항공·관광 구조에 맞춘 네 가지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방일유객지원공항 연차별 평가 등급 (자료=야놀자리서치)
우선 지금처럼 한국인이 해외로 나가는 아웃바운드 위주의 국제선 구조에서 벗어나, 외국 항공사가 한국으로 들어오는 인바운드 노선을 전략적으로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슬롯 운용 여유가 있는 대구공항 등에서 황금시간대 슬롯을 미리 확보해 두고, 이를 외항사 유치를 위한 핵심 카드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둘째, 지역공항의 인바운드 전환은 주변 인구나 시장 규모 같은 배후 수요의 크기보다 지자체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잠재 수요를 만들어 내느냐에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지자체가 공항을 인바운드 관광의 입구로 인식하고, 타깃 시장을 정한 뒤 현지 세일즈와 마케팅, 체류형 관광 상품 개발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정부와 지자체가 예산을 일정 비율로 함께 부담해 인바운드 확대라는 정책 목표에 대한 공동 책임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동시에 한국공항공사는 단순한 공항 운영자가 아니라 항공사와 지역을 연결하는 플랫폼으로서, 노선 협의와 슬롯 운용, 공항 수용 태세 점검을 통해 중앙정부·지자체·관광 주체를 조율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밝혔다.

넷째, 인천공항과 지방공항 사이의 이른바 ‘단절된 여정’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분석했다. 현재 외국인이 인천으로 입국한 뒤 지방으로 이동하려면 인천에서 김포로 갈아타거나 긴 시간 육상 이동을 해야 해 여정이 자연스럽게 이어지지 못한다는 점을 짚었다. 이에 두 공항공사의 노선 유치 전략과 환승 시스템 관리 체계를 긴밀히 정렬해, 인천에서 지방공항으로 수요가 흘러가는 유기적인 항공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결국 항공 공급은 여행의 문을 여는 조건일 뿐이며, 도착 이후 교통편 정비와 체류 동선 설계, 체험 프로그램 구성 등 완결성 있는 경험을 얼마나 잘 만들고 유지하느냐가 수요의 지속성을 좌우한다는 설명이다.

야놀자리서치는 “한국 역시 지역공항을 정체된 인바운드 관광 구조 전환의 핵심 열쇠로 재인식할 필요가 있다”며 “ 중앙정부와 공항공사는 지역이 성과를 낼 수 있는 제도적 조건과 인센티브를 설계하고, 지자체는 수요 창출과 실행에 대한 책임을 강화해 지역공항이 지역관광 활성화의 출발점으로 기능하도록 정책 프레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전했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