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정관스님 나의 음식'
사찰음식 명장 정관스님의 에세이 '정관스님 나의 음식'이 양장본으로 재출간했다. 책에는 백양사 천진암의 사계절 식재료와 요리법(레시피) 58편, 음식에 담긴 수행의 태도를 사진과 이야기를 엮었다.
정관스님은 음식을 기술이 아니라 '수행'으로 말한다. 순간에 집중하고, 손짓 하나에 정성을 다하고, 계속 더하는 대신 덜어낼 때 음식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만든 음식이 몸과 마음에 약이 된다.
스님은 이런 생각을 추상적 말로만 두지 않고, 천진암의 계절과 주방의 손동작으로 보여준다. 독자는 한 그릇의 밥이 삶을 돌보는 방식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따라갈 수 있다.
스님의 기억은 물 한 그릇에서 시작한다. 어릴 적 점심 무렵 우물가에서 물을 길어 와 밭일을 마치고 돌아온 아버지께 내어 드렸던 시원한 물 한 사발. 물 한 그릇에도 열과 성의를 다하는 마음이 음식의 출발점이라는 뜻이다.
사찰음식의 핵심은 '재료를 아는 일'이기 때문에 몸이 먼저 배우고, 레시피는 그다음에 온다. 스님은 언제 자라나고 꽃을 피우는지, 언제 어떤 맛이 나며, 언제 수확해야 가장 좋은지 식물의 시간을 살핀다. 호박·죽순·연근의 단면을 잘라 보여주며 서로의 다름과 아름다움을 말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바구니에 푸성귀를 가득 담아 여기저기 조금씩 뜯어 맛을 보며, 어떤 재료를 어디에 쓰면 좋은지 몸으로 확인한다.
책에는 사계절 요리법 58편이 실려 있다. 봄 표고버섯 조청 조림처럼 시간과 정성이 필요한 음식도 있고, 여름 물김치·가을 우엉 고추장 양념구이·겨울 능이버섯 만두처럼 계절 맛을 살린 음식도 담았다. 장과 청, 김치와 장아찌 등 발효음식도 중요하게 다룬다.
절집의 생활은 몸의 이치와도 맞닿아 있다. 스님들은 예부터 한 달에 두 번 목욕재계하며 승복을 빨래하고, 머리를 깎는 날에는 두부구이를 먹는다고 소개한다. 삭발은 에너지가 많이 드는 일이어서 단백질을 보충한다는 이유다. 번철에 들기름을 두르고 두부를 지지는 장면에서, '누가 어떻게 굽는가'까지 규칙이 이어진다.
책은 이번 양장본을 통해 펼침이 더 쉬워졌다. 표지에는 백양사의 매화나무 '고불매'를 삽화(일러스트)로 담았다. 고불매는 1700년에 심어진 나무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매화나무 가운데 하나다. 일러스트 작업에는 스님이 직접 참여해 완성도를 더했다.
△ 정관스님 나의 음식(백양사 고불매 리커버 양장 에디션)/ 정관스님 서문/ 후남 셀만 글/ 베로니크 회거 사진/ 양혜영 옮김/ 윌북/ 2만 7800원
[신간] '정관스님 나의 음식'
art@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