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보틀드' (아를 제공)
올 초 유엔대학교는 세계 인구 3/4이 물 불안정에 시달린다는 '세계 물 파산 보고서'를 발표했다. 물 부족은 이제 인권과 정치경제의 핵심 화두로 부상했다.
이 책은 30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한 병입생수 산업이 어떻게 공공의 물을 약탈하고 민주주의를 훼손하는지 파헤친다. 저자는 포틀랜드 주립대학교 사회학 교수 대니얼 재피다.
저자는 10여 년간의 인류학적 현장 연구를 통해 병입생수가 단순한 소비재가 아닌, '강탈에 의한 축적'의 결과물임을 폭로한다. 기업들은 기만적인 마케팅으로 수돗물에 대한 공포를 조장하고 공공 인프라 예산을 위축시키는 악순환을 만든다. 그 결과는 참혹하다. 미시간주 플린트 사태처럼 가난한 이들이 오염된 물에 노출될 때, 생수 기업은 재난을 틈타 막대한 이익을 챙긴다.
제목 '언보틀드'는 상품화되어 플라스틱병에 갇힌 물을 해체하고 해방한다는 의미다. 책은 네슬레 같은 글로벌 거대 자본에 맞서 지하수 채취권을 지켜낸 풀뿌리 '물 정의 운동'의 승리를 조명하며 희망을 제시한다. 나아가 공공 음수대 설치 의무화, 생산자 책임 재활용 등 구체적인 실천 방안도 제안한다.
결국 질문은 하나다. "우리가 마실 물은 어디서 나와야 하는가, 수도꼭지인가 플라스틱병인가?" 저자는 단언한다. 깨끗한 물에 접근할 권리는 시장이 아닌 사회계약을 통해 실현돼야 하며, 정의는 결코 플라스틱병에 담겨 오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 언보틀드/ 대니얼 재피 글/ 김승진 옮김/ 아를/ 3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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