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은 사라지고 경험만 남는다"…티노 세갈, '구성된 상황' 펼쳐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2월 25일, 오후 02:57

25일 리움미술관에서 티노 세갈이 그의 국내 첫 개인전을 열며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 뉴스1 김정한 기자

관람객은 전시장 입구에서부터 당황스럽고 정신이 혼미해지는 '파격'을 만난다.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 순간 고민하게 된다. 조금만 용기를 내어 과감해진다면 관람을 아주 즐겁게 만끽할 수 있다.

3월 3일부터 리움미술관에서 만날 수 있는 이 전시는 현대미술의 패러다임을 뒤흔든 작가 티노 세갈의 국내 첫 개인전이다.

25일 리움미술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티노 세갈은 "이번 전시를 통해 물질적 생산 중심의 전통 예술에서 벗어나 인간의 신체와 상호작용으로 이루어진 '비물질적 실천'을 강조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의 작업을 '구성된 상황'(Constructed Situations)으로 정의했다. 또한 과거의 조각적 전통을 끊어내는 것이 아니라 현대적 관점에서 그 흐름을 잇고 변형시키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티노 세갈은 "리움의 M2 소장품과 자신의 작업을 통합해 구상과 추상, 그리고 사람들 사이의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해프닝을 탐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티노 세갈 전시 포스터 _다자인 김영삼 (리움미술관 제공)

전시는 지난 25년간 비물질적 실천을 이어온 작가의 작업 세계를 집약적으로 조망한다. 미술관 전시장과 로비, 정원 등 전 공간을 무대로 활용한다. 기록보다 기억을 우선시하는 그의 예술은 동시대 사회의 변화를 반영하는 거울이자 새로운 예술적 소통의 시도다.

경제학과 무용을 전공한 티노 세갈은 물질적 생산과 자원 소비에 기반한 전통적 예술 방식에 도전한다. 그가 정의한 '구성된 상황' 속에서 그의 작품은 사물이 아닌 인간의 신체, 언어, 사회적 상호작용만으로 이루어진다.

현장에서 훈련된 '해석자'(Interpreters)들이 실현하는 이 상황들은 관람객이 직접 조우하고 참여하게 한다. 이는 일회적 퍼포먼스를 넘어 미술관에 대한 생각을 바꾼다. 관람객은 전시장에 들어서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인터프리터'의 일원이 된다.

25일 리움미술관에서 국내 첫 개인전을 갖는 티노 세갈의 기자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 뉴스1 김정한 기자

전시의 가장 큰 특징은 철저한 '비물질성'이다. 작가의 철학에 따라 도록, 레이블, 월텍스트는 물론 홍보용 사진과 영상 촬영조차 일절 허용되지 않는다. 오로지 관객의 기억만이 작품의 영속성을 증명하는 유일한 수단이 된다. 이는 디지털 기록에 집착하는 현대적 충동에 저항하고, 현재의 순간에 머무는 '탈생산'(de-production)의 가치를 지향한다.

리움의 건축 공간과 소장품과의 교감도 주목할 만하다. 로댕의 조각이 있는 공간에서는 인간의 생명력을 다룬 '키스'(2002)가 상영된다. 이는 이번 전시에서 관람객들의 가장 주목을 받는 작품이기도 한다.

M2 1층에서는 2000년 발표한 초기작이 리움 소장 조각 26점과 함께 배치된다. 자코메티, 곰리, 솔 르윗 등의 작품을 거치며 구상에서 추상으로 변화하는 흐름 속에 인간의 신체가 하나의 '살아있는 조각'으로 스며든다.

이번 전시에서는 총 8점의 상황을 선보이며, 사운드 기반 작품 3점은 일정에 따라 순차적으로 공개된다. 전시는 6월 28일까지 이어진다. 개막일인 3월 3일 오후 2시에는 작가와 김성원 부관장의 토크가 열린다.

acene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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