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호제의 먹거리 이야기] 계피를 좋아하시나요?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2월 26일, 오전 06:30

전호제 셰프

몇 달 전 중동에서 온 손님이 가게로 들어와 메뉴 추천을 해달라고 한 적이 있다. 쌀국수 중에서 무난한, 사태를 삶아 넣은 메뉴를 준비해 드렸다. 식사를 마친 뒤 테이블에 가서 대화를 해보니 입맛에 맞지는 않았다고 솔직히 말씀해 주셨다.

그 손님은 고기에 다양한 풍미가 느껴지길 원했던 것 같다. 잡내 안 나게 깔끔하게 삶아낸 고기가 자신에겐 밋밋했다고 했다. 음식점에 일하면 이런 컴플레인트를 보통 서비스 음료를 드리는 것으로 마음을 표현하기도 한다.

잡내 안 나는 깔끔한 수육이 어떤 이에겐 밋밋할 수도
그분의 조언은 좀 더 깊이 이어졌다. 고기를 그냥 삶지 말고 다양한 향신료를 넣어 다채로운 향이 나게 하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그때 오래전 요리학교에서 중동 음식을 배웠던 기억을 떠올렸다. 모로코의 타진(Tagine)이라는 닭찜이었다. 닭을 조각내고 사프란, 강황, 계피로 재워 놓는다. 이걸 타진이라는 특유의 뚝배기 같은 용기 속에서 푹 삶아 낸다. 닭고기에는 다양한 향이 스며들고 부드러워진다.

추측을 해보면, 그 중동 손님은 쌀국수 향신료 향에 이끌려 가게로 들어왔을 수도 있다. 그러면서 타진과 같은 풍의 고기 요리를 기대하지 않았을까.

향신료를 좋아하는 손님 입맛에 맞추려면
뉴욕에서 프렌치 요리를 하는 셰프 중에 중동 출신 부모가 있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들은 가능한 범위 내에서 중동풍 재료를 쓰곤 했다.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유행하는 두쫀쿠의 재료인 카다이프, 피스타치오도 자주 쓰였다. 또 미트볼을 만들 때 계피를 조금씩 사용하곤 했다. 그 맛은 덜 자극적이면서 고기류의 잡내를 잘 잡아냈다.

우리 음식으로 치면 돼지갈비나 불고기를 재울 양념에 콜라를 넣는 이유와 비슷하다. 콜라에 약간의 계피 향이 들어가서 고기의 잡내를 잡아주고 단맛을 준다.

계피. (뉴스1DB) ⓒ News1

계피를 음식에 적당히 더하면 감칠맛 줄 수 있어
정통 인도식 카레에는 가람마살라(Garam masala)라는 기본 향신료 혼합(Mix)이 빠지지 않는다. 지역마다 재료나 비율은 각기 다른데 주로 후추, 쿠민, 카다멈 등을 넣고 계피가 빠지지 않는다. 만드는 방법은 모든 재료를 그라인더에 넣고 곱게 갈아 섞어 둔다. 그 후에 카레를 만들거나 육류를 재울 때 기본양념으로 쓴다.

계피는 음식의 맛뿐만 아니라 더운 나라에서 음식의 부패를 막아주는 역할을 해주었다. 계피 특유의 향은 박테리아, 효모, 곰팡이의 성장을 억제한다고 한다.

많은 양의 램 카레를 준비하면 먼저 고기만 따로 볶아 두었다가 음식이 나갈 때 야채를 따로 넣어 준비한다. 계피를 넣은 양념들은 뜨거운 열기 속에서도 볶은 고기가 쉽게 상하지 않게 해준다.

음식이 쉽게 상하지 않게 하는 계피
계피는 서남아시아에서 오는 외국 관광객에게는 꽤 익숙한 향기다. 여행자에게 음식은 평생을 남는 추억을 준다. 우리 한식을 권하는 경우에도 그들의 입맛에 맞는 향신료로 이해하면 좀 더 친근한 음식을 대접할 수 있지 않을까.

opini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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