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해가 기울며 하늘이 보랏빛으로 물들 무렵, 거대한 박물관 외벽에 핑크빛 조명이 번지기 시작했다. 잔잔하던 공간은 순식간에 분위기가 달라졌다. 묵직한 석조 건물 위로 번진 분홍 조명은 고요한 박물관을 낯설고도 새로운 공간으로 바꿔놓았다.
건물 앞에는 하나둘 팬들이 모여들었다. 블랙핑크 응원봉 ‘뿅봉’을 든 팬들은 외관이 가장 잘 보이는 자리를 찾아 분주히 움직였고, 카메라 셔터 소리와 스마트폰 화면 불빛이 이어졌다. 핑크빛으로 물든 국중박을 배경 삼아 연신 촬영 버튼을 누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전통과 K팝, 과거와 현재가 한 화면에 겹쳐졌다.
핑크빛으로 물든 국립중앙박물관 야경.(사진=YG엔터테인먼트)
블랙핑크는 국립중앙박물관과 함께 ‘국중박X블랙핑크’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오늘(27일) 오후 2시 공개되는 미니 3집 ‘데드라인’(Deadline) 발매를 앞두고, 박물관 공간을 활용한 대형 협업을 펼치고 있다.
현장을 찾은 한 팬은 “평소에도 자주 오던 공간인데 오늘은 전혀 다른 곳처럼 느껴진다”며 “국중박과 블랙핑크가 함께한다는 것 자체가 상징적으로 느껴져서 꼭 와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팬은 “박물관이 이렇게 힙해질 수 있다는 게 신기하다”고 웃었다.
국립중앙박물관 역사의 길에 설치된 블랙핑크 카펫.(사진=YG엔터테인먼트)
조명이 어두워지고 첫 곡의 비트가 울려 퍼지자 공간의 공기가 단번에 바뀌었다. 박물관 특유의 울림을 타고 사운드가 퍼졌고, 비트는 바닥과 벽을 통해 전해졌다. 원형 공간에는 음악에 맞춰 핑크빛 파동이 끊임없이 번졌다. 고요했던 전시 공간은 순식간에 하나의 공연장처럼 변모했다. 저마다 몸을 들썩이며 음악에 귀를 기울였다.
블랙핑크 신곡 리스닝 세션(사진=YG엔터테인먼트)
이어 ‘미 앤 마이’(Me and My), ‘챔피언’(Champion), ‘에프엑스엑스엑스보이’(Fxxxboy)까지 서로 다른 결의 곡들이 차례로 흘러나왔다. 레트로 힙합 비트, 속도감 있는 전개, 감미로운 멜로디가 교차하며 앨범의 스펙트럼을 넓혔다. 강렬함과 여유, 자신감과 솔직함이 공존하는 구성은 블랙핑크가 쌓아온 음악적 아이덴티티를 또 한 번 확장하는 지점으로 읽힌다.
블랙핑크 리스닝 세션 부스
디지털 광개토대왕비 주변에 설치된 블랙핑크 리스닝 세션 이미지.(사진=YG엔터테인먼트)
이번 협업의 또 다른 축은 멤버들이 직접 참여한 유물 음성 도슨트다. 제니, 지수, 로제, 리사는 한국어·영어·태국어로 주요 유물을 소개한다. 금동반가사유상, 백자 달항아리, 경천사십층석탑, 금제 새날개모양 관모 장식, 감산사 석조미륵보살입상, 경주 부부총 금귀걸이, 금동관음보살좌상, 청동 은입사 물가풍경 무늬 정병 등이 대상이다.
관람객은 이날부터 유물 앞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스캔한 뒤 스포티파이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음성 도슨트를 감상할 수 있다. 이어폰을 꽂고 설명을 듣던 한 관람객은 “멤버 목소리로 유물을 소개해주니 더 집중하게 된다”며 “해외 팬들에게도 한국 문화유산을 자연스럽게 알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관람객들이 경천사 십층석탑 앞에 마련된 블랙핑크 유물 음성 도슨트를 체험하고 있다.
금제 새날개모양 관모 장식 앞에 블랙핑크 유물 음성 도슨트 QR코드가 마련돼 있다.
국중박 핑크 라이팅과 리스닝 세션은 내달 8일까지 이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