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핑크 인 국중박'… 전통과 K팝의 만남, 이렇게 '힙'하다니

생활/문화

이데일리,

2026년 2월 27일, 오후 02:33

[이데일리 윤기백 기자] ‘블랙핑크 인 국중박.’

26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해가 기울며 하늘이 보랏빛으로 물들 무렵, 거대한 박물관 외벽에 핑크빛 조명이 번지기 시작했다. 잔잔하던 공간은 순식간에 분위기가 달라졌다. 묵직한 석조 건물 위로 번진 분홍 조명은 고요한 박물관을 낯설고도 새로운 공간으로 바꿔놓았다.

건물 앞에는 하나둘 팬들이 모여들었다. 블랙핑크 응원봉 ‘뿅봉’을 든 팬들은 외관이 가장 잘 보이는 자리를 찾아 분주히 움직였고, 카메라 셔터 소리와 스마트폰 화면 불빛이 이어졌다. 핑크빛으로 물든 국중박을 배경 삼아 연신 촬영 버튼을 누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전통과 K팝, 과거와 현재가 한 화면에 겹쳐졌다.

핑크빛으로 물든 국립중앙박물관 야경.(사진=YG엔터테인먼트)
◇블랙핑크X국중박 만났다… 대형 헙업 프로젝트

블랙핑크는 국립중앙박물관과 함께 ‘국중박X블랙핑크’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오늘(27일) 오후 2시 공개되는 미니 3집 ‘데드라인’(Deadline) 발매를 앞두고, 박물관 공간을 활용한 대형 협업을 펼치고 있다.

현장을 찾은 한 팬은 “평소에도 자주 오던 공간인데 오늘은 전혀 다른 곳처럼 느껴진다”며 “국중박과 블랙핑크가 함께한다는 것 자체가 상징적으로 느껴져서 꼭 와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팬은 “박물관이 이렇게 힙해질 수 있다는 게 신기하다”고 웃었다.

국립중앙박물관 역사의 길에 설치된 블랙핑크 카펫.(사진=YG엔터테인먼트)
이날 오후 8시 국중박 ‘역사의 길’에서는 사전 리스닝 세션이 진행됐다. 스포티파이와 협업해 마련된 자리로, 회차당 약 50여 명의 관객이 초대됐다. 대동여지도 앞에 깔린 블랙핑크 카펫을 따라 걸어 들어가자, 천장 높이 솟은 공간 한가운데 디지털 광개토대왕비가 웅장하게 관객을 맞았다.

조명이 어두워지고 첫 곡의 비트가 울려 퍼지자 공간의 공기가 단번에 바뀌었다. 박물관 특유의 울림을 타고 사운드가 퍼졌고, 비트는 바닥과 벽을 통해 전해졌다. 원형 공간에는 음악에 맞춰 핑크빛 파동이 끊임없이 번졌다. 고요했던 전시 공간은 순식간에 하나의 공연장처럼 변모했다. 저마다 몸을 들썩이며 음악에 귀를 기울였다.

블랙핑크 신곡 리스닝 세션(사진=YG엔터테인먼트)
이날 현장에서는 타이틀곡 ‘고’(GO)를 포함해 미니 3집 전곡이 공개됐다. ‘고’는 묵직한 베이스와 폭발적인 훅이 돋보이는 곡으로, 블랙핑크 특유의 당당하고 타협 없는 에너지를 전면에 내세웠다. 중독성 강한 멜로디 위에 더해진 단체 구호는 집단적 카타르시스를 유도하며 현장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YG 특유의 힙합 기반 사운드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는 인상을 남겼다.

이어 ‘미 앤 마이’(Me and My), ‘챔피언’(Champion), ‘에프엑스엑스엑스보이’(Fxxxboy)까지 서로 다른 결의 곡들이 차례로 흘러나왔다. 레트로 힙합 비트, 속도감 있는 전개, 감미로운 멜로디가 교차하며 앨범의 스펙트럼을 넓혔다. 강렬함과 여유, 자신감과 솔직함이 공존하는 구성은 블랙핑크가 쌓아온 음악적 아이덴티티를 또 한 번 확장하는 지점으로 읽힌다.

블랙핑크 리스닝 세션 부스
디지털 광개토대왕비 주변에 설치된 블랙핑크 리스닝 세션 이미지.(사진=YG엔터테인먼트)
◇멤버들 목소리로 유물 소개… 음성 도슨트도

이번 협업의 또 다른 축은 멤버들이 직접 참여한 유물 음성 도슨트다. 제니, 지수, 로제, 리사는 한국어·영어·태국어로 주요 유물을 소개한다. 금동반가사유상, 백자 달항아리, 경천사십층석탑, 금제 새날개모양 관모 장식, 감산사 석조미륵보살입상, 경주 부부총 금귀걸이, 금동관음보살좌상, 청동 은입사 물가풍경 무늬 정병 등이 대상이다.

관람객은 이날부터 유물 앞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스캔한 뒤 스포티파이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음성 도슨트를 감상할 수 있다. 이어폰을 꽂고 설명을 듣던 한 관람객은 “멤버 목소리로 유물을 소개해주니 더 집중하게 된다”며 “해외 팬들에게도 한국 문화유산을 자연스럽게 알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관람객들이 경천사 십층석탑 앞에 마련된 블랙핑크 유물 음성 도슨트를 체험하고 있다.
금제 새날개모양 관모 장식 앞에 블랙핑크 유물 음성 도슨트 QR코드가 마련돼 있다.
핑크빛으로 물든 박물관 외벽, 웅장한 전시 공간을 채우는 블랙핑크의 신곡, 유물 앞에서 흘러나오는 멤버들의 목소리. ‘국중박X블랙핑크’ 프로젝트는 단순한 앨범 프로모션을 넘어, 공간 전체를 하나의 무대로 확장한 실험에 가깝다. 전통의 공간에서 울려 퍼진 K팝은 그렇게 또 다른 방식으로 팬들과 만났다.

국중박 핑크 라이팅과 리스닝 세션은 내달 8일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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