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본능 읽기"…김한나 '트로픽스: 한 입, 두 조각, 여러 구멍'전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3월 04일, 오전 07:47

김한나 '트로픽스: 한 입, 두 조각, 여러 구멍'전 포스터 (페이토갤러리 제공)

페이토갤러리가 오는 5일부터 4월 4일까지 김한나 작가의 개인전 '트로픽스(Tropics): 한 입, 두 조각, 여러 구멍'을 개최한다.

김한나는 회화와 설치를 넘나들며 독특한 조형 세계를 구축해 온 작가다. 이번 전시에서는 열대 과일의 과육과 단면을 인간의 피부와 본능으로 치환한 신작 회화 17점을 선보인다.

김한나는 그간 탐구해 온 '표면과 이면'의 문제를 열대 과일이라는 유기적 대상을 통해 보다 생물학적인 차원으로 확장한다. 작가가 포착한 농익어 터지는 과육, 칼날 아래 드러나는 결, 흘러내리는 과즙의 물질성은 단순한 식용의 단계를 넘어선다. 이는 통제된 표면 아래 잠복해 있던 에너지가 외부로 분출되는 ‘과잉과 전이의 감각’을 환기한다.

김한나 '트로픽스: 한 입, 두 조각, 여러 구멍'전 전시 전경 (페이토갤러리 제공)

작가는 과일을 베어 물고 쪼개는 행위를 일상의 영역에서 끌어올려 제의적 몸짓으로 재해석한다. 특히 구조가 갈라지는 순간에 주목하는데, 이는 억압된 본능이 터져 나오는 지점에서 새로운 시작이 발생한다는 통찰을 담고 있다. 이러한 시각은 금기된 욕망과 생명력을 다루는 조르주 바타유의 에로티즘 개념과도 궤를 같이한다.

전시 제목에 담긴 '한 입의 탐닉'과 '두 조각의 파열'은 문명적 규범과 본능적 충동 사이의 긴장을 상징한다. 김한나의 화면 속에서 열대 과일은 더 이상 소비되는 정물이 아니다. 부패와 생성, 해체와 형성이 동시에 일어나는 불안정한 경계이자, 하나의 질서가 흔들리며 다른 상태로 이동하는 생동하는 생명력의 현장이다.

강렬한 질감과 신체적 제스처가 돋보이는 이번 전시는 관객에게 우리가 감추어 온 감각의 지층을 마주하게 한다. 파열을 끝이 아닌 새로운 형성의 조건으로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은, 현대인의 억압된 본능을 일깨우는 강렬한 시각적 경험을 선사한다.

acenes@news1.kr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