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 보증 수표’ 배우 박신양이 화가로 돌아와 전시회를 연다. 흔히 보던 전시 방식이 아니라 연극과 전시를 결합한 독특한 형식의 ‘전시쑈’다. 전시를 보려면 사전에 지식을 쌓아야 한다는 문턱을 낮추고, 누구나 발길 닿는 대로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는 경험을 선사하고 싶다는 생각이 이번 ‘전시쑈’의 출발점이 됐다.
전시장에는 광대 분장을 한 작업 도구의 ‘정령’ 배우 15명이 등장해 마치 발레 ‘호두까기 인형’처럼 주인이 비운 작업실을 생동감 있게 채운다. 관객은 단순한 관람객을 넘어 살아 움직이는 이야기의 주인공이 된다.
6일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박신양은 “관람객들에게 즐겁고, 쉽게 볼 수 있는 전시를 보여주고 싶었다”며 “연극인지 전시인지 모를, 여러 요소가 어우러진 재밌는 공연을 본 것 같은 느낌을 받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배우 박신양이 6일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박신양의 전시쑈: 제4의 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김태형 기자).
전시장에는 그가 오랜 시간 작업해온 작품 150여 점이 걸렸다. 400평 규모의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전관을 채운 작품 대부분은 100호가 넘는 대형 작품들이다.
공간 구성도 독특하다. 전시장을 연극 무대처럼 작가의 작업실로 꾸며 연출했다. 이를 위해 작업실이 있는 안동에서 콘크리트를 굳힐 때 사용하는 거푸집 ‘유로폼’ 1500여 개를 공수해 전면을 둘렀다.
배우 겸 화가 박신양이 작품 ‘키릴2’를 설명하고 있다(사진=김태형 기자).
‘사과’ 연작도 발길을 붙잡는다. 그가 그린 사과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동그랗고 붉은 형태의 사과와는 다르다. 대신 색과 면의 중첩, 거친 질감을 통해 대상의 본질적인 존재감을 드러낸다. 안동에서 지내던 그는 프랑스 출신 두봉 레나도 주교에게서 선물 받은 사과 두 알을 작업실에 두고 지켜봤다. 시간이 흐르며 시들고 썩어가는 모습을 보며 그것이 사과의 본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연작을 그리기 시작했다. 박신양은 “사과가 꼭 빨갛고 동그랄 필요는 없다는 나만의 이유를 하나씩 만들어갔다”며 “그 과정에서 고유한 스타일과 움직임의 방식을 찾게 됐다”고 말했다.
배우 겸 화가 박신양이 ‘사과’ 연작을 설명하고 있다(사진=김태형 기자).
전시와 함께 에세이집 ‘감정의 발견: 우리는 모두 예술가가 되어야 한다’(민음사)도 출간했다. 예술을 통해 왜 자신의 감정을 돌아봐야 하는지를 풀어낸 책이다. 그는 책에서 “감정은 인간이 세계를 이해하는 가장 강력한 방식이며, 나는 그 감정의 정체를 예술로 탐구하고 싶다”고 적었다. 전시는 5월 10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열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