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청 "SH공사, 발굴 완료 안 된 종묘 앞 시추…명백한 법 위반 '고발"(종합)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3월 16일, 오후 04:02

허민 국가유산청장이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가진 언론브리핑에서 국가유산청장의 허가를 받지 않은 채 세운4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부지 내 11곳을 시추한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를 매장유산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고 밝히고 있다. 2026.3.16 © 뉴스1 이광호 기자

"발굴조사 완료 조치가 되지 않은 종묘 앞 세운4구역 내에서 발생된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공사)의 불법 행위를 적발해 법적 조치를 취했습니다."
국가유산청은 SH공사가 국가유산청장의 허가 없이 11곳의 지점에 시추를 실시해 서울 종로구 세운4구역 매장유산 유존지역의 현상을 변경한 사실을 적발, 16일 혜화경찰서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는 세운4구역 내 사업시행인가 중단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자리에는 허민 국가유산청장을 비롯해 이종훈 역사유적정책관, 이윤정 세계유산정책과장 등이 동석했다.

허민 청장은 "발굴 조사 완료 조치가 되지도 않은 땅에서 토목공사를 위한 시추를 하는 것은 명백한 현행법 위반이라는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을 SH공사와 감독 기관인 서울시가 이러한 행위를 하는 것에 대해 국가유산청장으로서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세운4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부지 내 유적 발굴조사는 매장유산 법령에 따라 SH공사의 발굴조사 완료 신고와 국가유산청장으로부터 완료조치 통보가 이뤄지지 않아, 법률적으로 아직 발굴 중인 '매장유산 유존지역'으로 관리되고 있다.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지난 13일 오전 세운4구역 매장유산 유존지역 발굴현장에 대한 현지조사를 실시한 후 SH공사가 '매장유산법' 제31조 제2항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다. 국가유산청은 SH공사에 매장유산 유존지역에 대한 발굴조사가 완료되지 않은 부지 내에서 일체의 현상변경 행위를 중단하도록 했고, 반입된 중장비도 즉각 철수시켰다.

'매장유산법' 제31조 제2항에 따르면 이미 확인됐거나 발굴 중인 매장유산의 현상을 변경한 자, 매장유산 발굴의 정지나 중지 명령을 위반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서울 세운4구역 매장유산 발굴현장 시추 세부 모습(국가유산청 제공)


이종훈 역사유적정책관은 세운4구역 일대 부지를 조사한 결과에 대해 "조선시대 한성부의 도시계획 수립과 변화 등을 규명할 수 있는 중요 자료가 출토됐다"며 "종묘로 들어가는 길목인 이문(里門)과 배수로, 다수의 동물 뼈 등이 발견됐다"고 말했다.

김창권 역사유적정책관실 유적발굴과장은 "마을 어귀로 들어가는 지점에서 이문 유구(遺構)가 나온 것은 종묘 앞 세운4구역이 국내 첫 사례로 알고 있다, 그만큼 보존 가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이문과 배수로 일부는 공주와 연천 등에 분산 보관하고 있으며, 동물 뼈는 국립문화유산연구원에 별도로 보관 중"이라고 했다. 국가유산청은 향후 공사가 완료되면 이 유구들을 다시 가져와 재설치할 계획이다.

한편 국가유산청은 지난 14일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로부터 종묘와 관련해 입장 표명이 담긴 서한을 받았다고 밝혔다.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유네스코는 서울시가 유네스코의 두 차례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세운지구 개발을 강행할 경우 종묘의 세계유산 지위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서울시가 현재 추진 중인 세운4구역의 개발 인허가 절차에 앞서 세계유산영향평가를 받겠다는 입장 확인 서한을 이달 안에 회신하지 않을 경우, 종묘를 오는 7월 부산에서 열리는 제48차 세계유산위원회 '보존 의제'로 상정하거나, 공식 현장 실사가 이뤄질 수 있다고 했다.

허민 국가유산청장이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가진 언론브리핑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날 국가유산청은 국가유산청장의 허가를 받지 않은 채 세운4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부지 내 11곳을 시추한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를 매장유산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2026.3.16 © 뉴스1 이광호 기자


js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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