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인우 "검열은 예술가 수치스럽게 만들어…다시는 이런 일 없길"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3월 17일, 오후 03:29

남인우 연출(국립극장 제공)

남인우 극단 북새통 예술감독 및 상임 연출이 대법원 상고심에서 승소한 심경을 밝혔다.

남인우 연출은 2022년 국가와 국립극단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1·2심에 이어 상고심에서도 최근 승소했다. 남 연출에 대한 국가의 배상 책임이 최종 확정된 것이다.

사건의 발단은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9월부터 11월까지 국립극단은 그리스 극작가 아리스토파네스의 희극 세 편('개구리'·'구름'·'새')을 묶은 '아리스토파네스 희극 3부작'을 선보였다. 남 연출은 이 가운데 두 번째 작품인 '구름'의 연출을 맡았다.

남 연출에 따르면 당시 작품을 준비하던 중 국립극단 측 A 씨로부터 빨간 줄이 빽빽하게 그어진 대본이 담긴 봉투를 전달받았다. 그는 "'구름'은 정치 풍자극인데, 대본 한 페이지에만도 10줄 이상 빨간 줄이 그어져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그는 사건 발생 9년 만인 2022년 10월 문화체육관광부가 대본을 사전에 검열해 국립극단 예술감독을 통해 정치 풍자적인 내용을 수정하도록 지시해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는 A 씨가 당시 국립극단 측 B 씨로부터 빨간 줄이 그어진 대본을 받아 전달한 사실을 인정하고 남 연출에게 사과한 이후였다. 즉 대본 수정 지시가 외부의 사전 검열에 따른 것이었다는 점이 확인된 뒤 소송에 나선 것이다.

국립극단은 2018년 5월 극단 누리집에 올린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에 대한 국립극단 사과문'에서 "연극 '개구리'(2013)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의 도화선이 됐다"며 "여러 작품에 걸쳐 부당한 지시, 외압, 검열이 지속됐고 국립극단은 이를 실행하는 큰 과오를 저질렀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블랙리스트 사태로 인해 좌절을 느끼신 연극인들이 다시 자유로운 예술 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현장의 목소리에 더욱 귀 기울이겠다"고 했다.

남 연출은 "이겨서 너무 좋고, 이겨야 하는 싸움이었다"라며 "검열은 예술가를 굉장히 수치스럽게 만드는데, 이번 소송은 후배들에게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립극단은 정치적 견해로부터 독립돼야 하며,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며 "문체부 내부에서도 검열 문제와 관련한 교육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2024년 10월 1심에서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피고들은 공동으로 원고에게 25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어 지난해 4월 열린 2심에서도 재판부는 피고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며 1심 판결을 유지했다.

js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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