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민에 본당 내준 푸른 눈의 사제…안광훈 신부 선종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3월 23일, 오전 06:18

안광훈 신부 (제공=성골롬반외방선교회)

가난한 사람들을 돕기 위해 60년 동안 헌신한 뉴질랜드 출신 안광훈(본명 로버트 존 브레넌) 신부가 지난 21일 새벽 4시 서울 성북구 동서요양병원에서 지병으로 선종했다. 84세.

고 안광훈 신부는 1941년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 태어나 1965년 사제 수품 이듬해인 1966년 한국으로 파견됐다. 이후 강원 원주교구에서 11년간 본당 신부로 사목하면서 당시 고리대금으로 고통받는 주민을 위해 정선신용협동조합을 설립했고, 성프란치스코의원을 열어 주민들에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했다.

유신정권 시기에는 인권 활동에도 참여했다. 1974년 초대 원주교구장 지학순 주교가 구속됐을 때 석방 운동에도 동참했다.

1981년 서울대교구 목동성당으로 옮긴 뒤 활동 무대는 도시로 넓어졌다. 그는 안양천변 철거민들에게 본당을 내어줬다. 철거 반대 운동에도 나섰고 시흥에서 자립할 수 있게 도왔다.

고인은 1992년부터 서울 강북구 미아6동 달동네로 들어가 철거 위기의 주민들과 함께 지냈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는 서울북부실업자사업단 강북지부를 맡아 실업 문제 해결에 힘썼다. 최근까지도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서울시는 2012년 안 신부에게 명예시민권을 수여했다. 같은 해 서울시 사회복지대회 대상과 2014년 아산사회복지재단 대상도 받았다. 정부는 2020년 특별공로자로 대한민국 국적 증서를 수여했다.

안 신부는 국적 수여식에서 "한국은 제2의 고향이 아닌 고향 그 자체"라며 "'온전한 한국인'으로 살게 돼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성골롬반외방선교회는 "낯선 한국으로 파견된 새 사제는 가난하고 힘없고 외면당하는 이들 곁에 한평생을 살았고 기도한 대로 그토록 사랑한 한국에서 영면하게 됐다"며 "안광훈 신부의 아름다웠던 삶을 기억해 달라"고 밝혔다.

빈소는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10호실에 마련했다. 장례 미사는 24일 오전 10시 서울대교구 명동대성당에서 봉헌된다. 장지는 충북 제천 배론성지 천주교 묘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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